노동시장 냉각·물가 완화
일부 경제지표 침체 신호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이제 세계의 시선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로 향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로 중요한 경제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ECB가 주요 경제주체로서는 처음으로 약 2년 만에 정책 방향을 바꿨지만 연준이 이를 따라 곧바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미국의 물가나 임금, 경기 변화 추이 등이 유로존과 다르며, 따라서 금리인하 시기도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첫 금리인하로 예상하는 시기는 각종 경제지표 동향에 따라 매일 시시각각 달라지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9월을 점치는 이가 가장 많다. 7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9월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일 발표된 노동부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4월 구인건수가 805만9,000건으로 2021년 2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많이 높아진 상태다. 노동시장이 많이 식었고 경기침체 우려까지 확산하면서 연준으로서는 금리를 내리기가 한결 편해졌다는 해석이다.
투자자들은 금리변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선물거래를 많이 하는데 이 움직임을 보면 투자자들의 예상치를 가늠할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자료에 따르면 5일 기준으로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35.1%였다. 나머지 64.9%는 이때까지 한 번 이상 내릴 것으로 본 것이다. 한 번만 내릴 가능성이 55.3%로 대부분이며, 9.6%는 두 번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FOMC 회의는 1년에 8번 열리며, 8월과 10월에는 회의가 없다.
11월까지도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는 이는 23%다. 77%가 한 번 이상 내린다고 본 것인데, ‘한번 내린다’가 48.3%, ‘두 번 내린다’가 25.4%이며, ‘세 번 내린다’는 3.3%에 그쳤다. 12월이 되면 이때까지도 금리를 안 내릴 가능성은 8%로 줄어든다. 92%가 한 번 이상 내릴 것으로 보는 셈이다.
‘한 번’이 31.8%, ‘두 번’이 40.3%, ‘세 번’이 17.7%로 나와 있다.
노동부 데이터가 나오기 전만 해도 12월까지 동결 전망이 18.03%에 이르렀기 때문에 지표 하나하나에 예상치는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나올 지표가 어떨지에 따라 금리인하 시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임금이나 소비 관련 지표가 갑자기 악화한다면 7월 인하 가능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7월 인하 가능성이 16.5%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회원 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평균 예상치가 ‘2번 인하’였다. 연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올해 0.25%포인트씩 6∼7회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후 경제가 계속 좋은 상태임을 보여주는 지표가 나오면서 예상 시기는 뒷걸음질 쳐왔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7월과 8월에 소비자물가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에 올해는 물가가 평소 수준의 흐름을 유지해도 기저효과가 작용해 8월 수치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수치는 오는 9월 11일 나오기 때문에 일주일 뒤인 9월 18일 연준이 FOMC에서 금리인하 근거로 삼기에 좋다는 추측도 나온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고금리가 경제에 좋기만 할 리는 없다. 금리가 높으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생산 감소를 불러와 결국 경기를 하강시킬 수밖에 없다. 이게 심해지면 침체에 빠지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경기침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금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