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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의 글쓰기'

지역뉴스 | | 2024-05-13 17: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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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이 10년 전 쓴 ‘대통령의 글쓰기’는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놓았다. 2014년 봄 첫 출간한 후 지금껏 50만 부가 팔렸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타면서 강연 요청이 줄을 이었다. 글쓰기와 말하기, 공부를 주제로 한 후속 9권의 저작도 내놓았다. 출간 10년을 맞아 10일 북콘서트를 앞두고 그를 만났다.

강 전 비서관은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 홍보실에서 김우중 회장의 연설문을 쓴 인연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대단한 필력을 가진 것도, 문학 작가도 아니다”라면서 “보고서 같은 실용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낮췄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나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공무원 글에 대해 불만이 많았죠. 그래서 저더러 글쓰기 책을 써서 공유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경험(연설비서관)을 하니 공유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죠. 소수가 알고 누리던 것을 다수가 알고 누리는 것이 역사의 발전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 국정상황실에서 관리하는 수명 목록에 들어있습니다. 오랫동안 책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내 주제에 무슨 책이냐’하는 생각도 있었죠. 출판사에서 책 편집을 하다 책 내는 것이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출판사에서 2개월 유급 휴직을 주면서 책을 내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그게 ‘대통령의 글쓰기’입니다.”

이 책은 출간 첫해인 2014년에도 제법 팔렸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 ‘대박’을 터뜨렸다. 촛불집회의 한복판에 있던 교보문고에서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두 대통령의 글쓰기 스타일을 비교해달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글 같은 말을 합니다. 말을 그대로 옮기면 글이 됩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말하면서 글을 만듭니다. 말이 기반이고, 말에 가까운 글을 씁니다. 연설문 초고를 올리면 김 전 대통령은 초고에서 직접 수정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불러서 구술을 합니다.”

글의 전개 방식도 다르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글은 설명에 가깝다면, 노 전 대통령의 글은 설득에 가깝다고 했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 탁탁 끊어서 전개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주장하고 근거를 대고 반론·재반박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글과 말은 한 묶음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글쓰기 외에 말하기 책을 저술한 것도 말과 글의 상호작용 효과를 믿는 덕분이다. “말 같은 글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글을 쥐어짜서 쓰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다시 글로 옮깁니다. 주업이 강연인데, 강연 준비를 매우 꼼꼼히 합니다. 대신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머릿속에 정리합니다. 그러면 말과 글이 서로 상승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말을 글로 쓰면 말은 정연해지고 글은 단단해집니다.”

글쓰기 요령이나 팁을 묻자 “글쓰기 강연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특별한 비법이나 노하우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이를테면 ‘나도 글 쓸 수 있네, 글쓰기가 별 것 아니네’ 이런 것을 듣고자 한다”며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그냥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테크닉과 요령은 쓰면서 다듬을 수 있고 자신의 노하우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전 비서관은 “강연을 하면서 잠재적 작가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은 전 국민의 잠재적 작가 시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장수시대에 돈 들지 않고 자격증도 필요 없는 게 책 쓰기”라며 “은퇴 세대에 책 쓰기만큼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그는 ‘관계’를 주제로 한 열한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사람은 관계를 글과 말로 맺으니 지금껏 쓴 말과 글의 연장선이죠.”

<권구찬 서울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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