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민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폐암은 아주 ‘고약한 암’이다. 다른 암보다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폐암 치료 성적이 최근 들어 괄목할 만하게 좋아지고 있다.
폐암 5년 상대 생존율은 2001 ~2005년 16.6%에 그쳤지만 2017~2021년에 38.5%로 17년 만에 2배를 넘었다. 진단 및 치료 기술, 치료제 등의 발전이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그렇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폐암은 완치되지 않고 흡연 외에도 대기 오염, 화학물질 노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비흡연자가 폐암에 많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명확하지 않은 발병 원인이 다양해진 데다 전이 위험성도 높다는 어려움이 있다.
폐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암세포가 폐 부위에만 발생한 국소(조기) 단계에 진단된다. 이때에는 5년 상대 생존율이 48.4%다. 그런데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퍼지면(원격 전이) 12.1%로 뚝 떨어진다. 특히 비소세포폐암 중 뇌·뼈·간 등으로 원격 전이된 비율이 40%가 넘는다.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필자는 진료 현장에서 한정된 폐암 치료 옵션 때문에 목마름을 느낄 때가 많다. 올해 초 발표된 미국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진료하는 미국 종양내과 전문의 응답자 가운데 96%가 더 다양한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 국내 진료 현장에서 이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옵션이 늘어난 것이다. EGFR 변이는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더 많이 나타나며 아시아인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40~55%나 해당된다.
그동안 가장 개선된 3세대 치료 옵션은 하나뿐이었는데 국내 제약사가 최근 자체 개발한 3세대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내놓았다. 최신 치료 옵션을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치료 전략에 무게가 쏠리는 시점인 데다 3세대 치료제 모두 1차 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아주 고무적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