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건물 가치 급락에 “최소 3분의1 문제될 것”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업용 부동산 불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향후 3년간 만기가 도래하는 전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부동산 자문 및 중개회사 뉴마크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조달러에 달하며, 현재보다 훨씬 높은 이자율로 재융자돼야 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중 올해에만 9,290억달러의 대출이 상환되거나 재융자돼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향후 3년간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가운데 6,700억달러 정도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500억달러 규모의 대출 판매를 담당하는 뉴마크의 배리 고신 최고경영자(CEO)는 “은행들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대출의 벽’이 미치는 영향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돼 일부 대출기관은 자신들의 대출을 유동화하거나 부동산 비중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그동안 금리상승으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아왔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당시 낮은 금리의 대출을 활용,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던 사무실과 다가구 주거용 아파트 등의 부실이 문제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고신 CEO는 이와 관련해 “지난 5년간 사무실에 상당한 투자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미국 사무실은 현재 “철거 중”이며, 뉴욕시에서만 5,000만스퀘어피트(약 465만㎡) 규모의 사무실이 철거돼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CBRE의 대출 판매사업부 패트릭 어랜지오 부회장은 2020년에서 2023년까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의 불확실성 등으로 단기적으로 만기가 연장되면서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물건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난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51%나 감소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 이후 미국의 부동산 가치는 정점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현재 오피스 부동산의 가치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래 최저 수준이며 회복도 이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에 따른 재융자 비용 급등과 재택근무에 따른 수요 감소가 가회 회복을 늦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피스 부동산의 가치 하락은 오피스 부동산 대출과 연관이 깊은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CMBS)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CMBS의 연체률이 2월의 3.6%에서 3월에는 2배 이상인 8.1%까지 치솟은 것을 언급하면서 내년에는 연체율이 10%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오피스 시장은 물론 기타 상업용 부동산 부문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높은 가격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정크 위험도가 높은 상업용 부채 투자 상품인 대출채권 담보부증권(CLO) 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부실 비율이 무려 440%나 급증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