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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두다멜, 살로넨, 콘론이 떠난다

지역뉴스 | | 2024-03-27 13: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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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지역 클래식 음악계가 지각 대변동을 앞두고 있다. 2025~26년에 LA와 샌프란시스코의 큰 기둥들인 구스타보 두다멜과 에사 페카 살로넨, 제임스 콘론이 모두 떠나기 때문이다.

두다멜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이 뉴욕필로 가는 소식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바로 지난주에 콘론과 살로넨 마저 LA오페라와 샌프란시스코심포니의 음악감독 직을 사임한다는 발표가 잇달아 나오자 음악계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들의 떠남이 시기적으로 겹친 것은 우연이지만 세 거장 덕분에 수준 높은 음악을 향유해온 음악팬들에게는 졸지에 큰 충격이자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3일 LA오페라는 2006년부터 20년간 오페라를 이끌어온 제임스 콘론(74)이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그가 있는 동안 LA오페라는 크게 성장했다. 사장된 작품을 발굴하는 ‘회복된 소리’와 바그너의 ‘링 사이클’ 등 특별한 프로젝트들을 열정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후발주자였던 LA오페라단이 국제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20년이면 사실 굉장히 오랜 기간이고, 그 위대한 업적을 기려 종신 명예지휘자로 추대된 콘론의 은퇴는 힘찬 박수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바로 다음날 터져 나온 살로넨(65)과 샌프란시스코심포니의 결별이다. 살로넨은 마이클 틸슨 토마스(MTT)의 후임으로 2020-21시즌에 부임했다. 현대음악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휘자 살로넨이 2020년 2월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첫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음악계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한 달 후,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후 2년 동안 살로넨은 다양한 디지털 온라인 프로그램을 시도했지만 모든 공연계가 겪었던 침체는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면공연이 가능해지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그림자는 데이비스 심포니홀을 짙게 드리웠다.

주류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SF심포니는 팬데믹 이전부터 구독자와 펀드레이징의 감소로 적자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최근 이사진은 예산을 크게 감축하기로 결정, 콘서트 회수를 줄이고 예정돼있던 유럽순회공연, 신곡들의 위촉,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던 ‘사운드박스’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모두 살로넨이 기획한 프로젝트였으니, 그가 첫 5년 계약이 끝나는 2025년 사임한다고 발표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주 단원들은 “SF심포니의 미래를 위해 살로넨을 붙잡아야한다”는 성명서를 경영진에게 보냈고, 16일 연주회에서는 청중과 후원자들에게 호소하는 플라이어까지 돌렸다.

그리고 바로 직후인 지난 22일, 살로넨과 SF심포니는 남가주를 방문, 디즈니 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오래전 예정된 콘서트였지만 최근의 사태로 혹시라도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완전한 기우였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콘첼토(리사 바티아쉬빌리 협연)와 존 애덤스의 ‘순진하고 감상적인 음악’(Naive and Sentimental Music)이 레퍼토리였는데 얼마나 대단한 연주였는지 홀이 떠나갈 듯한 환호와 기립박수가 끝나지를 않았다. 특히 존 애덤스의 작품은 1998년 살로넨에게 헌정돼 LA필이 초연했던 작품으로,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가 다같이 휘몰아치는 이 대작을 살로넨은 거의 50분 동안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며 그의 필살기를 선보였다.

놀라웠던 것은 연주가 끝나자 단원들이 전원 악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살로넨을 향해 일정한 박자로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수도 없이 봤지만 그런 장면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살로넨을 지지하고 그를 응원하는 박수였다고 짐작된다.

한편 미 서부지역을 선도해온 두 혁신적인 오케스트라가 기우뚱하자 동부지역 음악계가 은근히 표정관리를 못하는 느낌이다. 미국 오케스트라의 양대 산맥인 LA필과 NY필은 오랫동안 라이벌 의식을 가져왔다. 원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뉴욕필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30여년 전부터 LA필이 앞서나가면서 위축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

1991년 뉴욕필의 간부였던 데보라 보다가 LA필의 회장으로 옮겨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LA필은 빚더미에 올라있었고 디즈니홀은 짓다만 채로 방치된 상태였는데 보다 회장이 이를 모두 완성하고 흑자 재정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또한 살로넨이 떠나자 무명의 베네수엘라 청년 구스타보 두다멜을 음악감독으로 데려온 것도 보다였고 그 다음 스토리는 모두가 아는 바다. 같은 시기에 뉴욕필도 젊은 지휘자 알란 길버트를 음악감독으로 세우고 경쟁구도를 조성했으나 역부족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뉴욕필은 결국 2017년 보다를 다시 자기네 회장으로 모셔갔고, 보다는 두다멜을 꼬드겨 뉴욕필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만들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오케스트라 전투에서 동부가 이겼다”라는 유치한 제목의 글에서 동서 양안이 시소게임을 벌여왔는데 살로넨이 SF심포니를 떠나기로 하면서 게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과연 그럴까? LA필은 ‘스타제조기’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인도, 핀란드, 베네수엘라 등 변방 출신의 20대 새내기들이던 주빈 메타, 살로넨, 두다멜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면 된다. 그 혜안과 모험이 또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리라 믿는다.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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