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드러난 차별금지법
타운 스파서 알몸 활개
“ 수치심·무시당하는 느낌”
성소수자 차별금지 악용
업소들은“어쩔 수 없다”
LA 한인타운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 신체적으로‘생물학적 남성’의 특성이 분명히 남아있는 트랜스젠더가 스파의 여탕에 버젓이 출입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스파 업소 측은 법적인 규정 때문에 트랜스젠더 남성 또는 여성의 출입을 거부하거나 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성 스파 이용자들의 경우 남성 성기를 드러내놓고 여탕을 활보하는 트랜스젠터들로 인한 충격과 수치심 등 피해를 당하고 있어 관련 법이 개정되거나 예외 조항이 생겨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인 여성 김모씨는 지난 20일 오후 낮 시간에 LA 윌셔가에 있는 W스파를 오랜만에 방문해 라커룸에 옷을 벗고 여탕으로 들어가 시설을 이용하던 중 기겁을 했다며 자신의 사례를 본보에 전했다.
남성 성기를 버젓이 드러낸 ‘생물학적 남성’의 특성이 분명한 사람이 어디선가 나타나 여탕에서 알몸으로 당당히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한인 여성은 “그 사람은 여탕에서 시종일관 알몸으로 샤워도 하고 탕에도 들어가는 등 꽤 오랜시간 있었다. 정확한 시각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 정도였는데, 나 외에도 일반 여성 손님들이 있었고, 한 직원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 뭔가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한인 여성은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당시 알몸이었고, 상대는 분명 생물학적 남성이었다. 수치심, 두려움을 너머, 심하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이었다. 나를 무시하는 주제가 나라인지, 정부인지, 업소인지, 상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다시는 스파 업소를 찾지 않기로 했다. 못 가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여탕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소 측은 그러한 불편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법적인 이유로 특별한 조치는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곤란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스파 업소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법을 준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차별을 할 수 없고 법에 따라 모든 손님을 평등하게 대하고 있다. 오히려 성별을 이유로 손님을 거부하거나, 내쫓거나, 제재하는 것이 위법이고 차별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가장 곤란한 것은 우리 직원들”이라고 강조했다.
업소 관계자는 이어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그러한 손님이 방문하면 다른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래도 요즘은 이를 이해해주는 손님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스파 입장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다. 특히 주류사회에서는 성차별 측면에서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를 허용하는 연방 법원의 판결이 나와 스파 업소들이 더욱 몸을 사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작년 6월5일 워싱턴주 시애틀 지방법원이 시애틀 린우드에 위치한 한인 운영 스파인 ‘올림푸스 스파’가 성전환 수술전 트랜스젠더의 입장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차별금지 위배’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사건은 2020년 5월 트랜스젠더 헤이븐 윌비치가 워싱턴주 인권위원회(WSHRC)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시작됐다. 올림푸스 스파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던 가운데, 윌비치는 당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고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었다.
그러나 WSHRC는 올림푸스스파가 윌비치를 성적으로 차별했다며 ‘생물학적 여성 전용’ 정책을 삭제하라며 윌비치의 손을 들어줬고, 올림푸스 스파는 WSHRC의 조치를 따를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이 지역 보수 언론인 ‘란츠’는 스파 측의 입장을 옹호하며 “만약 내가 스스로 흑인처럼 느껴진다고 내가 흑인인가? 그리고 인종 기반의 차별 주장을 당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과 판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성소수자를 당연히 차별하면 안되지만, 남성의 생식기를 보고 다른 여성 손님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차별로 규정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다른 여성 손님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권리가 박탈되면서 역차별의 모순을 낳는다는 것이다.
또한 순수한 트랜스젠더 뿐만이 아니라 이를 가장한 변태성욕자와 같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경우도 사실상 여탕 입장을 제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때문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일부 남성들이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속이고 여탕에 들어갔다는 경험담도 올라오고 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