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망막병증(Diabetic Retinopathy)은 당뇨병의 미세 혈관 합병증이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망막의 모세혈관이 손상되고, 망막 전반에도 허혈 손상을 일으킨다. 망막은 아주 예민하고 얇은 조직이기 때문에 약간의 출혈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출혈 후 혈액 성분이 망막으로 유출돼 부종이 생기고, 신생 혈관도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당뇨망막병증은 겨울철에 혈액순환 저하와 함께 활동량이 줄면서 생기는 체중 증가, 일조량 감소로 인한 비타민 D 부족 등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기온 떨어져 혈액순환 저하·비타민 D 부족 탓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잘 관리하더라도 10~20년이 지나면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을 살펴보면 △당뇨병 진단 시 1.9% △유병 기간이 5년 이내일 때 14.6% △6~10년일 때는 22.9% △11년 이상일 때는 40.1% △15년 이상이면 66.7% △30년 이상이면 90%에 달한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당뇨망막병증 유병률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4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 중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은 19.6%로 알려져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당뇨황반부종이 생기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흐려지거나 어둡게 보이고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망막 혈관이 터져 유리체 출혈이 발생하면 갑자기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거나 얼룩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견인 망막박리가 발생하면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망막과 유리체뿐만 아니라 안구 앞쪽에도 신생 혈관이 생겨 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이로 인해 안구 통증·두통·구역·시력 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초기 증상이 없으므로 환자가 증상을 느꼈을 때는 치료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안저(眼底)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문상웅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의 소견이 없거나 혈당 조절이 잘 된다면 1~2년 간격으로, 당뇨망막병증이 있는데 심하지 않으면 6개월~1년마다,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3~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뇨망막병증은 겨울철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에는 기온 저하로 혈관·신경·근육이 위축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또한 기온이 떨어지다 보니 주로 실내에서만 생활해 활동량이 줄면서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식욕이 늘어나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일조량이 감소하는 것도 영향을 끼친다. 몸에서 비타민 D가 부족해지면 혈당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혈액순환 저하와 당뇨병 악화로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위험이 커지게 된다.
당뇨망막병증은 우선 전신 위험 인자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문상웅 교수는 “당뇨병 초기에 혈당 조절·혈청 지질(脂質) 조절·혈압 조절·금연 등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인자를 우선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됐을 때 다행히 망막 중심부까지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레이저나 약물 치료로 망막 중심부를 보전해 시력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미 망막 중심부를 출혈이 생겼다면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는 않지만, 수술이나 레이저 혹은 약물로 중심부 신경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수술법으로는 유리체 출혈, 견인 망막박리가 발생한 경우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한다”고 했다.
당뇨망막병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뇨병 조절, 특히 당화혈색소(HbA1c) 조절이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1% 높아질 때마다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위험이 1.4배 증가한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에 안저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경우에 따라 치료 시기를 놓쳐 시력에 좋지 않은 결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당뇨병이나 당뇨망막병증을 앓고 있는데 시력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재빨리 안과를 찾아 검사·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