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판매 격차 1만여대 불과, 10년전 15만대나 벌어져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및 미국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기아가 매년 판매량 격차를 줄이면서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 판매량에서 현대차를 앞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자동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3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과 기아 미국판매법인(KA)이 각각 판매한 2023년 판매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3년 미국 시장에서 80만1,195대를, 기아는 78만2,451대를 각각 판매했다.
10년전만 해도 15만대에 육박했던 판매량 차이가 지난해엔 불과 1만8,744대로 좁혀진 것이다. 실제로 기아는 지난 10년간 매년 현대차와 판매량 격차를 줄여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한국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이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완전히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현대차가 파운틴밸리, 기아가 어바인에 각각 미국 본사를 두고 있고 최고경영자도 각각 다르다. 특히 판매와 마케팅 부문에서는 서로를 ‘계열사 가족’ 보다는 ‘경쟁사’로 의식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가 1986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차량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기아는 7년이나 늦은 1993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자동차 업계는 기아 선전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현대차에 비해 독특하고 과감한 차량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았으며 현대차에는 없는 차종들이 히트를 거두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차는 기아에 비해 디자인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주요 모델들의 판매량 차이에서 드러난다. 같은 계열사인 만큼 현대차와 기아는 모델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세그먼트에서 사실상 동종 차량을 판매한다.
예를 들어 중형 세단 세그먼트에서 현대차 쏘나타는 지난해 4만5,344대가 팔렸지만 기아의 K5는 6만4,772대가 팔렸다. 대형 SUV 모델 세그먼트에서도 기아의 텔루라이드가 11만765대 팔리며 현대차의 펠리세이드(8만9,509대)를 앞질렀다. 또 독특한 외형으로 현대차에는 없는 기아 쏘울이 6만1,263대, 현대차가 판매하지 않는 미니밴 세그먼트에서 카니발이 4만3,687대 팔렸다.
반면 현대차는 트럭 모델 샌타크루즈가 지난해 3만6,675대 팔렸으며 엘란트라, 코나, 투싼, 싼타페가 기아의 같은 세그먼트 모델인 포르테, 셀토스, 스포티지, 쏘렌토 보다 각각 많이 팔렸다.
현대차와 기아의 선전은 현대차그룹에는 좋은 소식이다. 양사 모두 다양한 SUV와 친환경차 모델 라인업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연도별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80만1,195대), 기아(78만2,451대), 제네시스(6만9,175대) 등 총 165만2,821대를 팔며 미국 시장에서 4위로 한 단계 뛰어 올랐다.
GM이 257만7,662대로 1위, 2위 도요타(224만8,477대), 3위 포드(199만5,912대)에 이은 4위 판매량으로 이전 4위였던 미국·이탈리아·프랑스 합작사인 스텔란티스(152만7,090대)를 제쳤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에는 혼다(130만8,186대)까지 제쳤으며 그 이전에는 닛산을 추월했다. 또한 탑3 자동차 그룹과 판매량 격차를 계속해서 좁혀가고 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