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5%나 급등하며 주도…493개 기업은 12%에 그쳐
올해 미국 주식시장을 이끈 건 누가 뭐라 해도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플랫폼)이다.
정보기술(IT) 분야를 선도하는 이들 7개 빅테크 기업 주가는 올해 75% 오르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7일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이 올해 시장의 리더 자리를 되찾았다면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에 속하는 나머지 493개 기업은 이들의 활약에 편승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S&P 500 지수 상승률은 23%였으며, 이 중에 나머지 493개 기업 상승률은 12%에 그친다.
‘매그니피센트 7’ 주식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 정도로 커졌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앤 밀레티는 “여러 기업을 망라하는 지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놀라운 비중”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들 기업의 비중은 엄청나다. 전 세계 투자 가능한 주식 시장의 약 85%를 커버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에서 ‘매그니피센트 7’의 비중은 일본, 프랑스, 중국, 영국의 모든 주식 비중을 합친 것보다 크다.
이 기업들은 2022년에는 40% 하락했다. S&P 500의 나머지 주식은 12% 하락했다.
투자자 대부분은 올해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은행 부문 위기, 정부 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 중동과 유럽에서의 전쟁 리스크를 극복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승에는 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기대감, 경제지표 호조로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바탕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올해 55% 상승해 11월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애플은 52% 상승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기업 최초로 기업가치가 3조 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 주가는 세 배 이상 뛰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은 영업이익도 많이 냈다.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올해 S&P 500 지수 구성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매그니피센트 7’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4% 감소하게 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강세가 내년에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해 이들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사실상 ‘피크 아웃’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신 내년에는 산업, 소재, 운송처럼 지금까지 부진했던 분야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먼드 제임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트 오튼 수석전략가는 달러 하락과 금리 하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부 소형주와 신흥국 시장 비중을 높일 것을 권했다.
그는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던 것들이 마침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는, 조금 더 정상화된 상황으로 시장이 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