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전년비 5.2% 상승 세입자 지출 3분의1 이상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전국 주택 임대료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빠르게 내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생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내년에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도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연방 노동부는 12일 1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3.0%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에도 부합했다. 전월 대비로는 0.1% 상승해 보합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로이터 통신은 소비자 물가가 개솔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택 임대료가 오르는 바람에 예상치 않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개솔린 가격은 전월에 5.0% 하락한 데 이어 11월에도 6.0% 떨어졌다. 천연가스 가격이나 전기요금은 올랐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랐다.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5.2% 상승했다.
주거비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이나 된다. 경제학자들은 주거비 상승을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물가를 연준의 목표치까지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세입자들에게 렌트비는 월 지출의 3분의 1 또는 그 이상으로 가장 큰 생활비용이다.
LA 등 남가주 지역의 경우 렌트 비용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USC 조사에 따르면 LA 카운티 평균 렌트비는 2,231달러, 오렌지카운티는 2,631달러에 달한다. 또 남가주 지역 렌트비가 앞으로 2025년까지 지역에 따라 매년 2~8%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LA 카운티는 2025년까지 매년 평균 3.3%, 오렌지카운티는 2025년까지 매년 7.8%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PNC 파이낸셜의 커트 랭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왜 신속히 통화 정책 완화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임차할 때 지불하거나 혹은 임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추정한 간주임대료 역시 10월에 0.4% 상승한 데 이어 11월에도 0.5% 상승했다.
그러나 임대 공실률이 지난 3분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앞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도 많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세는 내년에 상당히 완화될 전망이다. 여타 지표도 임대료 상승세 둔화를 예상한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굳어지는 양상이다. 서비스 물가는 10월에 0.3% 상승한 후 0.5% 상승했다.
식품 가격은 10월에 0.3% 상승한 데 이어 11월에는 0.2% 상승했다. 11월 물가상승률 3.1%는 2022년 중반 정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 LLC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이 수치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인 추세라면, 아직 2%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지금이 연준의 양적 완화 시작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