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가 잠자는 시간이 길어지면 치매 증상 악화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소훈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와 조한나·유한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환자 138명을 전(前)임상 단계, 경도인지장애 단계, 치매 단계 등 3그룹으로 나눠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 평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타우(tau) 단백질 PET-CT △신경심리학 검사 등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전임상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평균 6.5시간,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평균 6.6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알츠하이머병 단계 환자의 수면 시간은 평균 7.4시간으로 전임상 단계 환자보다 50분 많이 자는 등 치매가 악화할수록 수면 시간이 길어졌다.
또한 PET-CT 검사 분석을 통해 긴 수면 시간은 타우 단백질 축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수면 시간이 길수록 타우 단백질이 더 빨리 축적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치매 환자의 기억력 결핍과도 유의한 관계가 있었다.
알츠하이머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소훈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전임상 단계에서 시작해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치매로 악화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치매 단계 별 수면 시간 및 수면 질을 평가하고, 알츠하이머병 원인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축적량, 인지 영역 복합 점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잠을 많이 잘수록, 경도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으로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는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부위가 주로 뇌에서 수면을 관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에서 질환 중증도나 예후(치료 경과)를 나타낼 수 있는 지표로 총 수면 시간이 가지는 임상적 중요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eurology’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