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완화 기대감 등 반영, 한국도 한때 5,520만원까지 급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이후 긴 ‘겨울잠’에 빠져들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4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잇따라 터진 테라와 FTX 붕괴 사태의 충격을 회복한 모습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달러 가치 하락,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대, 내년 4월로 예상되는 반감기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다.
4일 CNBC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6% 이상 오른 개당 4만 2144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4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테라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5월 4일(4만2달러)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11월 6만7,000달러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연준의 긴축과 지난해 테라 사태, FTX 붕괴를 차례로 겪으며 지난해 11월 1만5,500달러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 역시 이달 들어 나흘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4일 한때 5,520만원까지 급등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500만원 선을 넘긴 것은 종가 기준으로 올 4월 5일 이후 8개월 만이다. 다른 4개 원화 거래소(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일제히 개당 5,500만원을 넘기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세가 상승 바탕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특히 고정 이자수익이 없어 시중금리가 하락할수록 채권 대비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10월 중순 이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5% 수준에서 현재 4.25%로 하락했다.
아울러 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점도 상승 요인이다. 비트코인은 보통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월 중순 약 107에서 이날 103.3으로 내려왔다.
내년 초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도 주요 가격 상승 요인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블랙록 및 그레이스케일 등 비트코인 ETF 승인을 신청한 주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관련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SEC에 현물 비트코인 ETF 출시 승인을 요청한 기관은 총 13곳으로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이코노믹스 ETF분석가는 “내년 1월 10일 전에 승인될 확률을 90%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물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면 주식 투자자들은 별도의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고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출신된 비트코인 ETF는 거래소나 채굴 업체 등 관련 기업이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계약에 투자하는 구조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금이 운용사를 통해 비트코인 직접 구매 수요로 이어지게 된다. 댄 모어헤드 팬테라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자산군으로 인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년 4월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도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자에게 제공되는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일컫는다. 약 4년마다 돌아오며 신규 발행량(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론상 가격 상승 요인이다. 그간 세 차례 반감기에서는 반감기 이후 가격이 상승했다.
이 같은 요인을 고려할 때 상승세는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될지, 내년 1월께 ETF가 실제 승인될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 연구팀은 이달 1일 “금융이나 경제 상황은 가상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 중이다. 미국 1위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최근 한 달간 54.9% 상승했다. 비트코인 자산 비중이 높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올 들어 263.9%, 최근 한 달간 14.8% 올랐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달 5억9,300만달러의 비트코인을 추가 구매해 현재 총 보유 가치는 65억달러로 늘어났다. 채굴 업체 마라톤디지털의 주가도 1개월 상승률 48.27%를 기록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조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