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가슴(petcus carinatum)’은 앞가슴 가슴뼈와 갈비 연골이 심장 방향, 즉 가슴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가슴을 말한다. 반대로 가슴뼈가 앞으로 튀어나온‘새가슴’과 구분된다. 둘 다 흉벽 기형에 속한다. 오목가슴은 가슴뼈의 선천성 기형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출생아 300~4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자의 20~30%는 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남성에서 4~8배 이상 많다.
정진용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앞가슴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오목가슴은 어릴 때 발견해 치료하면 완전히 좋아질 수 있고, 수술도 최근 최소침습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며 “수술 두려움으로 미루다가 오히려 콤플렉스 문제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 감기·폐렴에 쉽게 노출, 심하면 발육에도 영향
오목가슴은 보통 유아기나 청소년기에는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어린이의 경우 감기ㆍ폐렴이 자주 발생하고, 심하면 심장ㆍ폐를 압박해 발육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간혹 변형된 앞가슴 부위의 통증, 운동 시 가슴 통증, 심계항진(心悸亢進), 부정맥, 소화 불량, 호흡곤란, 식사 곤란, 어지러움, 하지부종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특이적 증상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전체 앞가슴이 함몰되는 오목가슴으로 심장과 폐에 대한 압박이 심화하고 이로 인해 심장 자리 이동이나 척추 변형 같은 근골격계 변형을 초래할 때가 많다.
근골격계 변형은 경추 이상이나 흉추 만곡증 혹은 측만증을 유발하고, 운동할 때나 평소 호흡곤란이나 피로감 등이 악화할 수 있다.
또 청소년기 이후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을 기피하고 체육 시간에 옷 갈아 입기를 꺼리는 등 가슴 변형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겪기도 한다.
◇흉부 X선과 흉부 CT로 진단… 조기 치료해야
오목가슴은 눈으로도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은 대칭 함몰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가슴 양측이 중앙 부위로 함몰될 때가 많다. 비대칭 함몰일 때는 주로 오른쪽으로 함몰된다. 성인에서 함몰 정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진단은 흉부외과 진찰 후 흉부 X선 촬영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한다. 오목가슴의 심한 정도와 심장ㆍ폐 같은 장기가 어느 정도 압박됐는지 알 수 있다.
측면 흉부 X선은 가슴뼈 함몰 정도를, 흉부 CT는 가슴뼈 함몰에 의한 심장 압박 정도를 각각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심장이 왼쪽으로 밀려나 있다. 이 밖에 심장 기능 검사나 폐 기능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정진용 교수는 “부모들은 자녀가 오목가슴으로 의심되면 진료를 받고 치료가 필요한지 아니면 관찰만 해도 되는지를 확인하고, 치료가 필요하다면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 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내 오목가슴 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자녀가 심리적 문제까지 겪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금속 막대로 함몰 부위 들어 올리는 ‘너스 수술’ 치료
치료는 대부분 수술로 진행된다. 오목가슴이 저절로 회복될 확률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또 자라면서 더 함몰될 경우 심장이 눌리면서 심장 기능에 문제가 올 수도 있다.
정진용 교수는 “흉부 CT에서 오목가슴이 들어간 정도가 수술해야 하는 기준 이상이거나 오목가슴으로 심장ㆍ폐 등 장기를 많이 압박하면 수술한다”며 “특히 흉벽이 유연할 때 수술해야 통증이 적고 치료 후 미용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했다.
수술법은 움푹 들어간 곳에 실리콘 백을 넣는 ‘실리콘 삽입술’, 가슴 연골과 가슴뼈를 교정하는 ‘라비찌 수술’, 움푹 들어간 가슴뼈를 잘라 뒤집어 붙이는 ‘흉골 반전술’ 등이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너스(Nuss) 수술’이다.
너스 수술은 양 옆구리에 피부를 1㎝ 정도 절개해 C자형 티타늄 금속 막대를 가슴 속에 삽입하고 함몰된 앞가슴을 들어 올려 가슴 형태를 교정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다.
수술은 1~2시간 정도로 짧고,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또 앞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 입원 기간도 짧다. 보통 어린이는 5~7일, 성인은 1~2주면 퇴원할 수 있다.
특히 갈비 연골을 자르지 않으므로 회복도 빠르고 장기간 운동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후 2~4주 정도는 안정을 취하면 좋고 가벼운 운동은 2~3개월 지나서, 심한 운동은 6개월 후 시행하는 게 좋다.
뼈가 자리를 잘 잡게 되면 금속 막대를 제거하는데 보통 어린이는 2년 후, 청소년이나 성인은 3~5년 후 제거 수술을 받는다. 다만 수술 후 금속 막대 자리 이동, 기흉, 감염, 흉수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점이 흠이다.
정진용 교수는 “오목가슴 교정을 위해 넣는 금속 막대 자리 이동은 간혹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너스 수술 시 사각 고정 수술법을 쓰면 기존 막대 2개를 분리 고정하는 것보다 막대 자리 이동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해 재수술률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