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에 동반된 기침이 지속할 때 흔히 처방되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기침 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레르기 비염은 전 국민의 10~2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송우정·이지향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이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만성 기침 환자 49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2021년 10월∼2022년 9월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돼 병원을 찾은 환자 중 25명에게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24명에게 위약을 각각 2주 동안 복용시켰다.
환자가 기침과 관련된 삶의 질을 스스로 설명하는 ‘레스트 기침 설문(LCQ)’을 치료 전후에 시행했는데, 두 집단 사이 삶의 질 점수 상승 정도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복용 전 삶의 질 점수가 12.49점이던 것이 복용 후 15.94점으로 3.49점 높아졌고, 위약 복용 집단은 12.77점에서 15.81점으로 3.04점 상승했다.
점수가 5점 이상 크게 상승한 환자의 비율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과 위약 복용 집단이 각각 36%와 32%로 비슷했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알레르기 비염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치료에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돼 왔다.
송우정 교수는 “흔히 처방되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알레르기 비염의 표준 치료제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만성 기침 조절에는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며 “연구 결과가 만성 기침 환자에 대해 불필요한 약제 사용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호흡기학회 온라인 학술지인 ‘유럽호흡기저널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 IF=4.6)’에 최근 실렸다.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갑자기 10회 이상 연속적으로 나오는 재채기, 코막힘, 물처럼 흐르는 콧물, 코·눈·입천장이 가려움 등이다. 특히 공기가 건조하거나 차가울 때 또는 담배 연기와 먼지, 공해 물질이 있을 때 과민 반응을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에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전적 인자다.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으면 다양한 알레르겐(항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을 때 자녀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확률은 40~80% 정도다.
또 다른 원인은 환경 인자다.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가 주요 원인이며, 계절에 관계없이 증상이 지속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일반적으로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일 때가 많다. 치료법으로는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쓰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