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언어·신체적 폭력에 학부모 압박도…"코로나 이후 악화"
"우리는 가르치는 것이 두렵습니다. 우리 일을 하는 것이 두려워요."
미국에서 교사들이 학생 폭력과 부모의 압박, 정치적인 어려움 등으로 교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호소가 늘어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공립학교들이 만성적인 교사 부족에 시달려온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거치며 이같은 문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메릴랜드주의 한 학교에서 교단에 섰던 타일러 존슨은 최근 학생들 사이 몸싸움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한 번은 10대 학생 두 명이 싸우는 것을 말리려고 하다가 얼굴에 주먹을 맞은 적이 있다고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동성애 혐오적인 욕설을 듣고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 그는 견디다 못해 환경이 훨씬 좋다는 명문학교로 옮겼다.
존슨은 "학생과 부모들은 선생들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온 워싱턴DC의 한 교사의 경우 지난 학년도에 어린 학생들 앞에서 한 학생의 친인척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그는 아직도 왜 자신이 표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인근 지역의 다른 교사는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일을 겪었는데, 수업 중 아이들에게 "너희들 각자의 일을 똑바로 해라"라는 식으로 강하게 질책한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나는 20년 이상 교사로 지내는 동안 이같은 일을 겪은 적이 없었고, 학생들로부터 인기도 많았다"며 이제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워싱턴DC 교육당국에 따르면 교사를 향한 괴롭힘과 위협 등 교권 침해 사례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WP는 설명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26%가 학생들의 잘못, 언어적 갈등, 교내 총격 등 요인으로 인해 신체적 안전에 관련한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의 교사는 수년간의 팬데믹을 거치며 교실의 정신건강 위기가 악화했다고 느끼며, 실제 코로나19 창궐 이후 공립학교의 80% 이상에서 학생들의 행동 및 사회정서적 측면에서 발달 저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버팔로대에서 학교심리학 교수를 맡고 있는 어맨다 니커슨은 "지난 10∼15년에 걸쳐 정신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있고, 자살률도 증가세"라며 "코로나19는 이런 일부 문제를 확실히 더욱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니커슨은 2020년 5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숨진 사건 이후 불거진 인종 문제도 상황이 나빠지는 데에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인종차별과 스트레스 등 역경에 노출될 경우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각 지역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상대로 감정 관리법을 가르치고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아직 상황을 통제할 만큼 훈육 관련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교사들은 현장을 지키며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랜드연구소 조사에서 응답자 4분의 3은 직장을 떠날 생각이 없으며, 학생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남아있고자 한다고 답했다.
한편 플로리다주(州)에서 최근 교사가 학생에게 젠더나 성과 관련한 주제를 거론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 정치적 통제나 검열 문제도 선생님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WP는 짚었다.
조너선 짐머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런 법률은 너무 모호하며, 어떤 의미인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교사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