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마우이섬 산불현장
한인들도 자주 찾는 관광명소로 ‘지상낙원’으로까지 불리었던 하와이 제도 마우이가 지난 8일부터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잿더미로 변했다. 당국은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아직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마우이섬의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 지역의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마우이 산불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정리했다.
◎…마우이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8일 새벽 마우이 섬 중부 쿨라와 서부 해안 라하이나 지역에서 각각 발생했다. 마우이 소방국은 8일 오전 9시 55분께 라하이나 산불이 100% 진압됐다고 선언했으나, 강풍을 타고 잔불이 살아나면서 불이 다시 무섭게 번졌다. 올해 유난히 건조한 기후에 더해 허리케인 ‘도라’가 하와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산불이 확산하며 피해를 걷잡을 수 없게 키운 것이다.
◎…한때 최대 시속 80마일의 돌풍이 불면서 헬기 운항이 어려웠다가 9일 오전 9시께부터 기상 조건이 개선되면서 해안경비대와 해군의 헬기를 포함한 소방 헬기가 이륙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지만, 10일 오후 현재 불길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당국은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 지역의 주택과 상가 건물 상당수가 완전히 불에 타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 곳은 프론트 스트릿을 중심으로 다수의 한인 업소들이 영업 중인 곳이다. 이번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화염과 연기가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현지 주민들은 간신히 집을 빠져나와야 했다. 다급한 상황에 부닥친 일부 주민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피했다가 해안경비대에 구조되기도 했다. 부상자도 수십명 보고됐다. 부상자 가운데에는 오아후섬으로 이송된 3명 등 중상자가 포함돼 있으며 최소 20명이 마우이섬 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적십자사가 마련한 6곳의 대피소에는 수천 명이 머물고 있다. 공항 인근 카훌루이에 위치한 한인교회 마우이 순복음교회도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다.
◎…현지 상황을 모른 채 마우이를 여행하러 비행기를 타고 카훌루이 공항에 도착했거나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된 한인들을 포함한 수천명의 관광객들은 공항에 발이 묶였다. 카훌루이 공항에서는 한 때 여행객 2,000명이 밤샘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와 통화하고 대규모 산불 피해와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산불 발생 당시 개인적인 일정으로 하와이를 떠나 있던 그린 주지사를 대신해 한인 실비아 루크 부지사가 권한대행 자격으로 하와이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을 동원해 피해 지역 지원에 나서는 등 진두지휘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마우이 카운티의 서부 지역 모든 도로가 긴급 구조요원과 혼비백산해 대피하는 주민들로 혼잡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게시되기도 했다. 호놀룰루 총영사관은 “라하이나 지역에서 거주하는 한인 가족 2명이 피해 지역을 무사히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마우이 한인회(유선희 회장)는 해외 이주가 본격화한 1980년대 이후 마우이에 정착한 한인들은 1,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마우이에는 한인 이민 선조들의 후손도 상당 수 거주하고 있다. 최은진 전 한인회장은 “마우이 한인들은 주로 공항이 위치한 칼루할리에 거주하고 있지만 산불 피해가 극심했던 라하이나 지역 호텔과 관광 업소에 다수가 일하고 있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