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판매가 MSRP 아래로…인플레감축법 보조금 여파
최근 전기차(EV)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미리 구입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등 한국산 EV 가격도 떨어지고 있는데 브랜드에 대한 원망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자동차 검색업체 아이씨카스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오닉5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평균 5만1,289달러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모델의 권장소비자가격(MSRP) 5만1,551달러보다 약 0.5%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웃돈을 더 내야 살수 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아이씨카스에 따르면 현대차의 다른 EV 모델 아이오닉6 역시 6월 평균 판매가격이 5만508달러로 MSRP 5만566달러보다 낮다. 공급량이 낮은 기아 EV6의 경우 MSRP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향후 이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에 집중하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새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내놓았고 이와 동시에 선두 EV 회사인 테슬라가 폭탄 세일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경기 둔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대당 가격이 비싼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가 줄어 인벤토리에 물량이 쌓이고 있다. 또한 한국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연방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에 차량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수요 감소-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운전자들이 한국 자동차 브랜드를 외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 발 앞서 아이오닉5 등 한국 전기차를 구입한 사람들이 가격 하락에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EV를 미리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서는 전기차 구매를 미뤄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한 자동차정보업체 에드먼즈의 조셉 윤 애널리스트는 “EV는 여전히 비싸고 지금은 소비자 친화적인 시장이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리스를 하면서 전기차 구매를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자동차의 경우 가격 하락 외 배터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자동차매체인 카컴프레인츠에 타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충전 문제로 LA연방지법에서 집단 소송을 당했다. 원고측 로펌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홍보한 것과 달리 배터리 충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관련해 기계 결함도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소송을 제기한 스티브 버만 파트너 변호사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전기차는 광고를 통해 보여지는 성능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