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삶과 생각] 산딸기가 술에 취한 날

지역뉴스 | | 2023-07-24 13:21:53

삶과 생각, 김지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지나(메릴랜드)

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불쑥 작고 빨간 열매를 먹어보라 했다. 서울 그것도 종로 출신인 남편은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던 도시 남자고, 나는 어릴 때 뒷산을 마구 누비며 놀았던 촌년 출신이라 그랬는지 아무 생각 없이 빨갛고 포동한 그것을 냉큼 먹게 되었다.

어릴 적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빠가 정해놓은 피아노를 두드리고 난 후, 잠깐의 짬을 내 뒷산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있어 그나마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데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몇 해 전 맞이한 그 뒷산이라는 동산은 그저 자그마한 봉우리 정도였지만, 어릴 때 본 그 뒷산은 지리산이나 백두산처럼 깊고 깊은 산이었고, 그 높이가 가늠하지 못할 정도도 높은 산이었으며, 좁은 산길은 우리의 최대 복잡한 비밀 통로였다. 더구나 어린아이들이 뛰고 걷는 좁다란 오솔길마다 피어난 아카시아에서 풍성하게 풍기는 향은 지금도 내 코끝에 진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뛰어다니다 빨갛고 올망졸망하고 작고 포동한 열매를 만나면 누구 할 것 없이 그 곁에 쪼그리고 앉아 조막만 한 손으로 손을 뻗어 손톱만 한 딸기를 따먹기 시작했다. 어린아이 키에 맞게 자란 그 열매가 산딸기인지 밭딸기인지 여기 말로 로즈베리인지 그저 꽃송이에서 나오는 달달한 그 무언가를 열심히도 먹었다. 누가 가르쳐 주는 이 없으니 그저 맛난 사탕이나 초콜릿을 산속에서 만난 것처럼 신나서 입술이 붉게 물들도록 따먹곤 했다.

하지만 내가 먹은 그것의 모양은 딸기와 비슷하지만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핸드폰으로 찍었다. 시절이 좋아 금방 확인이 되었는데 한국말로는 산딸기, 영어로는 로즈베리라는 설명이 찍혔다. 어릴 때 소꿉친구와 숲속에서 먹어보았던 그 맛, 그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산딸기였다니 그 기쁨은 오랜 친구를 우연히 길에서 만난 순수한 들뜸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한 송이에 7, 8개가 달려야할 자리에 기껏해야 두세 알이 매달려있는 송이들이 제법 많았다. 그러고 보니 항상 사슴 가족이 이 근처를 배회해서 우리 댕댕이 가출 소동이 벌어지곤 했던 이유가 바로 이 열매 때문이었구나! 갑작스러운 반가운 출몰에 어안이 벙벙하여 급한 대로 손바닥에 하나둘 딴 산딸기가 양손으로 받기 어려운 지경으로 소복이 쌓였다.

산딸기의 면적은 우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었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한마디로 지천으로 널렸으니 그만 헛웃음이 나왔다. 산딸기 입장으로 보면 우리 같은 무식한 사람이 주인으로 있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매년 그렇게 아름답고 탐스럽게 피워낸 귀한 열매를 알아봐주지 못하고 심지어 독이 들었을 거라는 의심의 눈으로 매번 그 싹을 베어버렸다니 산딸기의 위용은 그저 사슴이나 여우 그리고 새들의 간식거리로만 제공되었을 테니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내친김에 산딸기 주를 만들기로 했다. 한번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서인지 술을 사러 가는 길 내내 빨간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나무 아래 새파란 잎들이 포진되어있고 가느다란 줄기 사이사이에 옹기종기 빨갛고 탐스러운 산딸기가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 들고 온 4홉들이 소주 한 병에 산딸기는 약 3/2 양으로 잡고 깨끗이 씻어 종이 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설탕을 적당히 버무려 유리병에 넣었다. 술을 담그는 것이라 거창하리라 생각했지만, 따라 해보니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담자마자 살짝 핑크빛이 도는 게 여간 이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적어도 100일이 지난 후에나 나오는 일이라 시작점은 번개처럼 빠르고 쉬웠지만, 그 끝점의 결과는 미지수다.

중요한 건 여름마다 신선하고 달콤한 산딸기 맛을 무한정 맛볼 수 있고 건강에도 좋은 복분자 술을 매년 맛나게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취한 것처럼 웃음이 난다. 이름이 복분자라 그런지 복을 많이 받은 느낌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국장인 총출동,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연다
한국장인 총출동,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연다

5월 8-17일 울타리몰 조지아서 장인 제품 직거래.. 선물로 최고의류, 침구, 수제화, 쥬얼리 등 어버이날을 앞두고 한국 장인들의 프리미엄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고국

애틀랜타 식당 ‘무료 주차’가 사라진다
애틀랜타 식당 ‘무료 주차’가 사라진다

교외지역까지 유료화 확산“1인분 식사비” 외식비용↑ 애틀랜타 지역 식당의 무료 주차 공간이 빠르게 유료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급등한 개스비에 주차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외식 비용 부

〈한인타운 동정〉 '울타리몰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한인타운 동정〉 '울타리몰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울타리몰 고국사랑 특별판매전애틀랜타 울타리몰은 5월 8일-17일 마더스 데이 스페셜로 '고국사랑 특별판매전'을 실시한다. 한국 장인들이 직접 만든 K패션의류, 수제화, 쥬얼리, 침

애틀랜타 장애인 선수 두각 나타내
애틀랜타 장애인 선수 두각 나타내

윤혜원, 천조셉, 글렌 조 종목 입상6월 달라스 전미체전 후원 캠페인 오는 6월 텍사스 달라스에서 개최되는 ‘2026 전미 장애인체전’을 앞두고 애틀랜타 장애인체육회(회장 박승범)

주 전역 단비…산불 ‘주춤’ 가뭄엔 ‘역부족’
주 전역 단비…산불 ‘주춤’ 가뭄엔 ‘역부족’

이번 주 1~3인치 비 예보주말 확산 산불 다소 진정EPD,가뭄 대응 1단계 발령 28일 애틀랜타를 포함 조지아 북중부 지역에 간헐적인 비가 내리면서 이번 주 여러 차례 소나기가

뉴애틀랜타 필하노닉, 모차르트 270주년 기념 연주회
뉴애틀랜타 필하노닉, 모차르트 270주년 기념 연주회

5월 17일 둘루스 제일침례교회 뉴애틀랜타 필하모닉(음악감독 유진 리)은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기념해 5월 17일 오후 6시 둘루스 퍼스트 침례교회에서 그의 대표작들로 구성된

귀넷 신임 교육감 “다중언어교육 중요”
귀넷 신임 교육감 “다중언어교육 중요”

타운홀 미팅서 개선과제 언급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에스트렐라 귀넷 신임 교육감 예정자가 다중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에스트렐라 교육감 예정자는 27일

조기투표 열기 ‘후끈’…첫날부터 ‘역대 최다’
조기투표 열기 ‘후끈’…첫날부터 ‘역대 최다’

27일 3만5,352명 참가2022년 대비 29% 증가  조지아 예비선거 조기투표 첫날 투표자수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주 국무부 사무국에 따르면 조기투표 첫날인 27일 하루 동

근무 중 여성 우편집배원 차량 전복 사망
근무 중 여성 우편집배원 차량 전복 사망

디캡 카운티 주택가서과속차량에 들이받혀 근무 중이던 여성 우편 집배원이 과속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연방우정국(USPS)는 28일 오전  전날 저녁

카네기멜론 대학교 (Carnegie Mellon University)】자녀의 미국 명문 대학 합격과 재정 보조를 위한 학부모 완벽 가이드
카네기멜론 대학교 (Carnegie Mellon University)】자녀의 미국 명문 대학 합격과 재정 보조를 위한 학부모 완벽 가이드

CS(컴퓨터 사이언스)를 꿈꾸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카네기멜론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이하 CMU)라는 이름은 이미 특별한 무게로 다가올 것입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