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공화당 의원들 “마약과의 전쟁 위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던 공화당에서 최근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자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경비대원이 아닌 정식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해법을 공약으로 내놓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해군을 동원해 해상을 통한 마약 밀반입을 봉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미국의 국경 통제가 강화되자 선박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멕시코 카르텔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한 정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멕시코 국경에서 마약을 밀반입하는 세력에 대해선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 운반 조직원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약속한 것이다.
연방 의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내 보수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을 비롯해 존 케네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은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마약 카르텔의 성격을 일반적인 범죄단체에서 테러단체로 수정할 경우 미군의 개입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연방하원에서는 댄 크렌쇼(텍사스) 의원의 주도로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다.
이같은 강경론이 확산하는 것은 마약의 폐해에 대한 미국 내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NBC방송의 여론조사에서도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주둔시키자는 공약은 정당과 관련 없이 모든 유권자 사이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공화당 소속 유권자들 사이에선 공화당의 11개 공약 중 가장 지지도가 높은 공약으로 꼽혔다.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한다는 공약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영토 내에서 군대가 치안 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고, 멕시코 정부와 협력하지 않고 국경 너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전쟁 행위라는 것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을 역임한 도리스 메이스너는 “국경에 군대를 주둔시킨다는 주장은 완전한 정치선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