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미노병 그의 집 현관엔 '장진호 명판'이 놓여 있었다

미국뉴스 | 사회 | 2023-07-02 08:53:27

장진호 명판,미노병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16세 때 나이속여 자원입대, 한국전 투입…"내품에서 친구 하늘나라로"

PTSD 겪다 용기내 2019년 한국땅 다시 밟아…"한국 발전상 깜짝 놀라, 참전 보람"

지난달 1일 오리건주 세일럼에 있는 한국 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 씨의 자택 현관 입구에 있는 장진호 참전 명판. 
지난달 1일 오리건주 세일럼에 있는 한국 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 씨의 자택 현관 입구에 있는 장진호 참전 명판. 

지난달 1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남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주도 세일럼.

시내에서는 꽤 떨어진 모로우 코트 노스웨스트라는 길로 들어서자 입구에 지붕에서 성조기가 펄럭이는 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금세 참전 용사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관 입구 한켠에는'북한 1950년 11월 27일∼12월 11일'의 기간과 함께 '초신 해병대(CHOSIN MARINE)'이라고 적힌 작은 명판이 놓여 있었다.

 

한국 전쟁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지금도 기억되고 있는 '장진호 전투'(Chosin Few) 참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전 당시 미군은 일본이 제작한 지도를 사용해 '장진'을 '초신(Chosin)'으로 불렀다.

명판은 훗날 장진호 전투 주력이었던 미 해병대로부터 받은 참전 인증이라고 한다. 미 해병대의 유명한 구호로, '언제나 충성'(Always Faithful)을 뜻하는 라틴어 '셈퍼 파이(Semper Fi)가 적혀 있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세일럼[미 오리건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 자택에서 한국 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 씨가 방에 걸려 있는 장진호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2023. 7. 2 taejong75@yna.co.kr

집 안에서 안경을 쓴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어르신이 나와 기자를 반겼다.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았다. 실제 나이보다는 젊고 건강해 보였다.

한국 전쟁 참전용사 빌 치즈홈(89) 씨였다. 그는 집안으로 기자를 안내한 뒤 한국 전쟁의 기억을 조금씩 되살렸다.

70여년이 지나 모든 걸 기억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당시의 순간순간은 지우려고 해도 오랜 기간 그의 뇌리에 스며들어 있었다.

1934년 5월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서 태어난 치즈홈 씨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군에 자원입대했다. 당시에는 18세 이전에는 입대가 되지 않던 때였다.

그는 "(아버지의 이혼으로) 계모와 함께 살기 싫어서 집에서 나가고 싶었고 그래서 나이를 속여 입대했다"고 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세일럼[미 오리건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지난달 1일(현지시간) 한국 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 씨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받은 한국 전쟁 참전 감사패 앞에서 찍은 사진. 2023. 7. 2 taejong75@yna.co.kr

군인이 되고 채 3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그리고 입대 6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전쟁통의 나라였지만, 처음 보는 한국은 당시 10대였던 그에게 가난으로만 기억되진 않았다.

그는 "시골 동네에 가면 사람들이 큰 솥에다 밥을 지어서 먹는데 우리를 볼 때면 같이 먹자고 나눠주기도 했다"며 "우리도 배급받은 초콜릿이나 젤리를 아이들에게 주곤 했는데, 가난한 전쟁 상황에서 나눠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국에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은 한층 격렬해졌고, 자신이 속한 7보병사단 31연대는 장진호에 배치 명령을 받았다. 치즈홈 씨는 "1950년 11월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27일부터 12월11일까지 미 제1해병사단 1만5천여 명이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중공군 7개 사단 12만여 명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몰렸다가 혹한 속 치열한 전투 끝에 포위를 뚫고 흥남으로 철수한 전투다.

중공군과 밤낮없는 전투가 이어졌고,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영하 40도에 가까운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했다.

그는 "1951년 9월쯤 미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1년 가까이 한국에 있으면서 5번 가량 전투를 했다"며 "장진호 전투가 최악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포탄 잔해에 맞아 다리를 다치기도 하고 네이팜탄에 시력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고 했다. 입대 후 알게 된 친구도 이 전투에서 잃었다.

 

그는 "내 품에서 친구를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다"며 "자신도 아빠가 됐다며 아기 사진을 보여준 지 불과 며칠 뒤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53년 군 생활을 마친 후 한국 전쟁 참전 공로로 2개의 훈장을 포함해 모두 7개의 메달을 받았다.

치즈홈씨에게 한국 전쟁은 오랫동안 끔찍한 기억(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으로 남았다. 한국이 발전했다고 들었지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2019년에서야 한국에 가보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마침내 약 70년이 지난 후에야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었다.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 가난했던 나라가 스스로 일어서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오리건주 세일럼 자택에서 한국 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 씨가 전쟁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지난달 1일 오리건주 세일럼 자택에서 한국 전쟁 참전 용사 빌 치즈홈 씨가 전쟁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나혼자 산다’주택 구입자 갈수록 증가세
‘나혼자 산다’주택 구입자 갈수록 증가세

주택 구입은 인생 최대 규모의 구입이다. 수십만 달러 또는 백만 달러가 훌쩍 넘는 큰 규모의 지출이 필요한 것이 바로 주택 구입이다. 대부분 모기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지만

이자율 하락 전망…“2년 내 기대만큼 안 떨어질 것”
이자율 하락 전망…“2년 내 기대만큼 안 떨어질 것”

2025년 을사년의 새해가 활짝 밝았다. 모기지 이자율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오름세로 새해를 시작했다. 이자율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던 바이어들은 조급한 마음으로 연초를 시작하고 있다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사망자 최소 11명, 건물 1만2천여채 소실…명소 게티미술관 등 위협대형 화재 2건 진압률 10%대…소화전 고갈 등에 비판론 커져  10일 화염이 번지고 있는 LA 맨더빌캐니언 지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작동 않는 구식 요령 과감히 버려야피해자 신뢰 얻는 방식 파악 대처구체적 행동 요령 더 효과적 지적전화로 개인정보 공개 하면 안 돼  각종 사기 범죄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예전 범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신차 가격 인상에 보험료↑팬데믹 이후 보험료 51% 올라잦은 사고와 수리비 급등가입자 줄면 더 오를 수도  인플레이션이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자동차 보험료 급등 때문이라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취임 10일 앞두고 베네수·우크라 등 출신 18개월간 임시보호지위 연장 조 바이든 행정부가 10일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우크라이나, 수단 등에서 온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근육량 못지않게‘근육의 질’중요… 암 치료 효과도 높인다

근육에 지방 쌓인 근지방증유방암 치료 효과 낮춰심근경색·빠른 간섬유화도 근육 속 지방 축적 정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질’을 바꾸면 암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언제부터 눈물이 많아져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원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심리 상담부터 받기 시작했어요.”초교 5학년 아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간은 심각한 손상이 된 뒤에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의 침묵으로 인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나 된다.간암 발병 경로를 거꾸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직장에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집중하거나 앉아 있으면 근육이 뭉치고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거기다 심각한 과로와 만성피로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업무 중 틈틈이 어깨 관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