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당근·고구마·시금치·브로콜리 등에 많아
혈중 카로틴 수치가 높으면 죽상동맥경화증 정도가 낮아져 심근경색ㆍ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오베르타 데 카탈루냐대(UOC)’ 겜마 치바 블랑크 보건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연구팀이 IDIBAPS 1차 의료 횡단 연구 그룹이 모집한 50~70세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혈중 카로틴 수치가 죽상동맥경화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혈액 내 카로틴 농도를 측정하고 초음파검사를 통해 경동맥 내 죽 모양의 끈적끈적한 플라크(찌꺼기)를 조사 분석했다.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 in the arteries)은 혈관 내벽에 지방, 일반적으로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죽상동맥경화반 형태의 이러한 축적은 혈관을 좁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또한 이러한 플라크가 파열돼 혈류를 방해하는 혈전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혈액이 심장에 도달하지 않으면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심장마비), 뇌로 흐르지 않으면 허혈성 뇌졸중(ischaemic stroke·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카로틴은 당근, 시금치, 양상추, 토마토, 고구마, 브로콜리, 멜론, 피망, 망고, 파파야, 살구, 비파ㆍ호박 같은 노란색ㆍ주황색ㆍ녹색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생체 활성 화합물이다.
연구를 이끈 치바 블랑크 교수는 “혈중 카로틴 수치가 높을수록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이 낮아지며 특히 여성의 경우 두드러졌다”며 “과일과 채소 등 카로틴이 풍부한 식단이 심혈관 질환을 낮춘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영양학(Clinical Nutrition)’ 온라인판에 실렸다.
한편 활성산소(free radical)의 발견은 1970~1980년대에 나온 의과학 업적의 하나로 꼽힌다. 생명체의 호흡ㆍ대사 등의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며, 이것이 염증이나 노화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유전자(DNA) 손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것이다.
이에 따라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거나 줄이면 건강을 증진하거나,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모았다. 일부에서는 이런 성분이 든 음식을 먹으면 활성산소를 억제해 암ㆍ동맥경화ㆍ백내장ㆍ황반변성 등 질병과 노화에서 해방되고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섣부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물질, 즉 ‘항산화 성분’도 밝혀졌다.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 타우린, 폴리페놀, 셀레늄, 카테킨, 코엔자임Q10 등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들 항산화 성분을 함유했다는 식품, 영양보충제들이 개발돼 팔렸다. 심지어 식료품점들은 딸기에 항산화 성분이 있다는 광고를 내붙이는 소동도 있었다.
하지만 활성산소와 항산화 성분의 효과를 검증하는 추가 연구들이 이뤄지면서 초기의 주장들과 엇갈리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졌다. 몸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인체가 가진 항산화 효소와 물질 등으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항산화 성분이 든 영양보조제를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지나친 항산화제 복용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발표됐다. 요즘 활성산소나 항산화제는 학자들의 중요 관심 분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권위 있는 의학 저널에 항산화를 다룬 논문이 발표되는 사례도 보기 힘들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항산화 효과를 앞세운 영양보충제를 판매하는 사례도 과거보다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