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에 대하여' -이재무
아픈 아내 멀리 요양 보내고
새벽 일찍 일어나
쌀 씻어 안치고 늦은 저녁에 사온
동태 꺼내 국 끓이다
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 위해 ‘얼’ 빼고 ‘큰’ 하게 끓인다
가정의 우환과 상관없는
왕성한 식욕 위해
나의 노고는 한동안 계속되리라
아내에게 전화가 오면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한, 살가운 말을 하리라
갓 데쳐낸 근대같이
조금은 풀죽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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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한 번도 하지 못한 살가운 말이 쉽게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말이 나온다지만 생각보다 혀는 보수적이다. 맛난 것 먹을 땐 잘도 늘어나지만, 어려운 말 할 땐 돌처럼 굳는다. 데친 근대 대신 물에 담근 콩나물처럼 머리를 곧추세운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도 모를 리 없다. 아내가 돌아왔을 때 갓 프린트한 이 시를 슬쩍 식탁에 올려놓기만 해도 될 것이다. 부재로 존재를 깨닫기는 쉽지만, 존재로 부재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말했다. ‘있을 때 잘 해!’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