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복귀 ‘채찍·당근’, 직원들 풀타임 복귀 반발
미 기업 경영진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고수하는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기 위해 ‘채찍’과 ‘당근’ 전략을 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구글의 피오나 치코니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지난 7일 전체 직원에게 메모를 보내 “주 3일 출근을 지키지 않으면 인사 고과에 반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4월부터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했는데도 상당수 직원이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고, 관리자나 부서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출퇴근하자 강경책을 꺼내 든 것이다.
WP가 입수한 메모를 보면 치코니 CPO는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원들과 더 많이 연결돼 있다고 느끼며, 팀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할 때 이런 효과가 더 커진다고 들었다”며 사무실 출근을 독려했다. 그는 “물론 모든 사람이 ‘신비한 복도 대화’의 힘을 믿는 건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3월 대기업 중에선 가장 앞장서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원격 근무, 여가와 교육을 가능하게 한 화상 회의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른 회사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랬던 구글이 이젠 직원들을 출근시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셈이다.
지난해 “직원 대다수가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다”고 밝힌 파머스 인슈어런스 역시 오는 9월부터 사무실로부터 50마일 이내에 거주하는 직원은 주 3회 출근하도록 의무화한다. 칼리 크래프트 대변인은 WP에 “3개월의 준비 기간을 주는 등 많은 배려를 했다”며 “이번 조치는 더 큰 협업과 창의성 촉진, 경력 개발, 유기적 상호 작용을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구글이나 파머스 인슈어런스가 직원들의 출근을 유도하기 위해 ‘채찍’을 꺼내 들었다면,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는 다소 특이한 방안을 고안해냈다.
세일즈포스는 오는 12∼23일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마다 지역 자선단체에 10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재택근무 직원이 회사 행사에 참석할 때도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기 위해 인간의 ‘이타성’에 호소하기로 했다.
WP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 종식을 선언했음에도 사무실 복귀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 중이라고 전했다.
기업 경영진은 사무실에 나와 근무하는 게 혁신과 협업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지방 정부들도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돌아와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구글이나 파머스 어슈어런스뿐 아니라 이미 디즈니, 스타벅스, AT&T 같은 대기업들이 최근 몇 달 동안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의무화했다. 그런데도 한 보안업체가 추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대도시의 사무실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로자들은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를 통해 얻은 업무 유연성이 정신 건강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에 도움이 됐다며 회사의 출근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글 직원은 WP에 “출근하지 않을 경우 성과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경영진의 새 메시지는 사람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기 위한 가장 공격적인 위협”이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직원이 그만두거나 해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원격 근무에 맞춰 자동차를 팔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간 파머스 인슈어런스 직원들도 이번 결정으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고 WP가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해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출근 의무화’가 반드시 끈끈한 사내 문화를 만드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유연근무제 전문가로 활동해 온 칼리 윌리엄스 요스트는 “상당수 경영진은 단순히 출근 일수만 강제할 뿐, 직원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의미 있게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