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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중국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지역뉴스 | | 2023-06-12 17:11:40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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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미래를 살짝 엿보고 싶다면 베를린으로 가서 그곳의 샹젤리제로 통하는 쿠르피어슈텐담 거리를 따라 걸어보라. 

쿠르피어슈텐담의 가장 번화한 모퉁이에는 필자가 이제까지 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자동차 쇼룸이 자리잡고 있다. 매끈하고, 우아한 외형의 고층건물 내부에는 카페와 디자인센터, 쇼룸 등이 들어서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부가티나 페라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세련된 스타일의 레이스카가 전시되어 있다. EP9으로 명명된 최고급 레이스카의 가격은 대당 300만 달러로 다섯 대 가량이 판매됐다. EP9의 제조사는 중국의 신생 자동차메이커인 니오(Nio)로 머지않아 세계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이 수출한 자동차 대수는 소수에 그쳤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특히 전기 자동차(EV)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현재 전세계에서 제작되는 EV는 세 대당 한 대꼴로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오늘날 우리는 중국의 숱한 약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중국이 지닌 엄청난 장점과 글로벌 경제와 밀접하게 얽힌 정도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니오의 스포츠카는 독일의 뮌헨에서 디자인한다. 베이징과 상하이 이외에 미국의 산호제와 영국의 옥스포드에 각각 R&D(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있고, 제조공장은 중국 헤페이에 있다.    

유럽은 중국에 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이번 주 필자가 방문한 독일,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 3개국에서 현지 정계 인사들과 나눈 대화의 핵심 화두는 워싱턴의 대 중국 정책이었다. 그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러시아 정책을 강력히 지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이 서방세계를 하나로 묶고 전략적 선명성과 확고한 목적을 불어넣었다는 평가에도 동의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대 중국 정책, 특히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윤곽을 공개한 바이든의 신 국제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필자에게 유럽이 처한 딜레마를 설명하면서 “유럽은 산업정책을 필요로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보호주의를 모방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게는 무역이 절대적이다. 유럽의 번영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에 달려있다. 미국과 달리 에너지를 수입해야하는 유럽은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 대서양을 가로지른 표면상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문제가 유럽과 미국을 점차 갈라놓을 수 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관계 확대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워싱턴의 조치가 한결같이 글로벌 교역을 약화시키는 쌍무, 혹은 지역 협정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현대적 다자주의 질서에 관한 진지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덴마크의 전 총리 헬레 토르닝-슈미트 역시 같은 의견을 보였다. “유럽은 중국과 갈라설 수 없다. 중국과의 이혼은 세계화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것이 우리가 중국과의 분리(decouple)가 아닌 위험제거(de-risk)를 원하는 이유다.”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사용하면서 널리 퍼진 “디-리스킹 (de-risking)이라는 용어가 요즘 외교가의 핫한 유행어로 떠올랐다. 바이든 행정부조차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커플보다 디리스크를 원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유럽의 인사들은 디리스크를 원한다는 워싱턴의 입장은 정책변화가 아닌 수사의 변화일 뿐이며 미국은 디커플링을 향해 계속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았다.  

워싱턴 관리들은 이같은 견해를 접할 때마다 유럽은 지나치게 수동적인 평화주의자라고 일축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인도, 일본,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주요국들과 중국에 대항하는 연맹체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중국은 근소한 차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인도의 교역 대상국이다. 뉴델리는 인도의 미래 성장이 중국과의 건강한 경제관계를 유지하는데 달려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싱가포르의 전직 외교관이자 “아시아의 21세기”의 저자인 키쇼 마부바니는 서방의 논의는 종종 세계의 성장이 대부분 아시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2000년도 일본 경제는 동남아시아 경제의 여덟배에 달했다. 그러나 동남아국가연합은 회원국 전체의 경제규모가 3년 내에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중국과 아세안(ASEAN)은 연간 1조 달러에 가까운 교역량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ASEAN 회원국들은 특히 중국과의 활기차고 개방된 무역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전략적 천재성은 미국의 국력을 강화하고 경쟁자의 힘을 약화시키는 팍스 아메리카가 아니라 개방되고 자유로우며 공정한 글로벌 시스템을 제공하는데 있다. 

브라운은 “우리 모두가 제대로 기능하고 확대되는 글로벌 교역시스템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마부바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종종 더욱 더 강력한 글로벌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회고한다. 마부바니에 따르면 클린턴 대통령은 강력한 세계기구가 미국에 억제력을 행사하겠지만 다른 신흥국들 또한 동일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부바니는 “오늘날 워싱턴은 클린턴이 추구했던 것과 같은 개화된 자기이익 추구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중국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파리드 자카리아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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