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전문가 에세이] 우울증과 쿡방

지역뉴스 | | 2023-06-01 12:09:59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푸른 꿈을 안고 미국 올 때 들고 온 책은 전공서적이 아니라 무거워 죽겠는 요리책 전집이었다. 아직 미혼이던 나에게 직장 선배가 골라준 책. 요즘은 한국-미국이 앞뒷집 드나들 듯 별거 아닌 세상이지만 그때만 해도 바다 건너 머나먼 타국 땅으로 떠나는 나에게 선배는 두꺼운 요리책 한 박스를 전하며 신파조로 말했다. “한국을 잊지 마!” 20권짜리 양장본 전집에는 갈비찜부터 나박김치에 수정과, 약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한국요리들이 화려한 컬러사진으로 들어있고 재료 및 만드는 법이 차근차근 설명되어 있었다. 그 나이까지 평생 내가 한 일이라고는 공부, 학교, 취업, 회사, 출장, 그리고 틈틈이 운동, 연애…. 손수 음식 만들어볼 기회 없이 살다가 어느 날 홀로 미국 땅에 내렸다.

요리책에 나온 재료를 사러 코리아타운 한국마켓에 나가보면 이름도 처음 듣는 채소와 양념류와 부위별 고기와 생선들이 날 잡아 잡수 하면서 눈길을 끈다. 요리전집 1권부터 20권까지, 모든 메뉴를 빼먹지 않고 한번 씩 연습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한번 해본 요리는 머리에 기억되는 게 아니라 눈과 코와 혀와 손바닥에 조물조물 저장되어 재현 가능 모드로 남았다. 초보자가 겨우 흉내내본 수준으로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인데 알고 보니 한식이란 쌀이나 밀가루를 이용하는 주식이 4백가지, 고기나 채소, 해산물로 만드는 부식은 1,50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정말 메뉴는 많고 인생은 짧다.  

인터넷의 1인 먹방은 세계적 주목거리다. 밥상에 둘러앉아 밥 같이 먹는 게 ‘식구’라면 그건 가상현실 속 이야기. 핵가족도 지나 2인 가족이라도 마주앉아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된 세상, 혼자 먹방을 켜놓고 진행자와 같이 밥을 먹는다. 입으로만 먹지 않고 눈으로도 먹고 냠냠 찹찹 귀로도 먹는다. 진행자들의 튀는 표현도 입맛 자극이다. ‘케찹은 지우개를 찍어 먹어도 맛있고,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지.’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먹방 인기를 ‘음식포르노’(Food Porn)라고 이름 붙인바 있다. 아울러 남성 진행자들의 쿡방도 인기 폭발이다. 

얼마 전 미국 인지심리학 저널에는 ‘먹기보다는 만들기가 개인의 자신감과 자존감, 그리고 집중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흙 묻은 감자, 물에 씻은 채소, 싱싱한 생선을 만지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우울증상이 감소되었다는 게 여러 연구들의 공통된 결과다. 쿠킹이 치료다. 임상심리에서 특히 우울증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행동활성화 기법(Behavioral Activation Program)이 그것인데, 주어진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환자가 좋아하는 활동의 횟수는 늘이고, 반대로 별 소득이 없는 활동은 감소시킨다. 이 기법은 대단위 연구결과 효과성이 검증되었고 메타분석연구에서도 대단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면서 미국심리학회에서는 이미 우울증에 대한 단독치료, 근거기반치료(Evidence-Based Treatment)로 채택이 되어있다. 조리법을 따르느라 정신을 집중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풀리고 완성된 작품(요리)을 보며 자신감을 키울 뿐 아니라 부정적 사고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 사례가 연구마다 가득하다. 

오늘 아침, 블루 무드인가? 그렇다면 키친으로 가자. 냉장고 구석에 숨어있던 재료를 꺼내 일렬횡대 늘어놓는다. 요리 못한다고? 맛없으면 어떤가. 먹자는 게 아니고 만들자는 건데. 그게 재미이고 그게 힐링이다. 

[전문가 에세이] 우울증과 쿡방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현대미술가 Ming, 2026 애틀랜타 아트페어 초청
현대미술가 Ming, 2026 애틀랜타 아트페어 초청

마리모 연작 선보인다… 한국 미술 가교 역할 나서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현대미술가 Ming(김민주) 작가가 미국 남부 주요 행사인 '애틀랜타 아트페어

주조 실수 ‘26센트’ 동전, 1만7천불 낙찰
주조 실수 ‘26센트’ 동전, 1만7천불 낙찰

25센트 동전에 1센트 디자인  25센트 쿼터 동전 위에 1센트 링컨 페니 동전이 새겨진 소위 ‘26센트’ 동전이 경매에서 무려 1만7,000여 달러에 낙찰 매각됐다.캘리포니아 소

투표소 비상버튼까지…조지아, 긴장 속 선거 준비
투표소 비상버튼까지…조지아, 긴장 속 선거 준비

중간선거 수주 앞 다가오면서안전∙신뢰확보대책 마련 부심 최악상황 가정 도상훈련 실시 중간선거가 수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 및 지방정부 선거 당국이 비상상황 대응 훈련과 투표소 비상

피렐리, 롬에 12억불 투자…일자리 1천개 창출
피렐리, 롬에 12억불 투자…일자리 1천개 창출

조지아 북서부 역대 최대 규모 투자기존 공장 확장…2029년부터 채용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가 롬 공장 대규모 확장에 나선다. 투자액과 신규 일자리 창출 면에서 조지아 북서

조지아서 400만불 즉석복권 '잭팟’
조지아서 400만불 즉석복권 '잭팟’

애슨스 편의점 판매 복권 조지아에서 400만달러 즉석복권 잭팟이 터졌다.조지아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애슨스 소재 편의점 ‘퀵 스톱 푸드마트’에서  판매된 즉석복권 ‘200X 더 머니

“코리안 페스티벌, 지역사회 유대 넓혔다”
“코리안 페스티벌, 지역사회 유대 넓혔다”

귀넷 데일리 포스트 상세 소개 “한-귀넷 경제교류 역할”평가도 “귀넷 한인사회가 한국 전통문화부터 음식, K팝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자역사회와의 문화적 유대를 넓혔다”귀넷

오바마케어 가입자 75만명 무더기 ‘퇴출’
오바마케어 가입자 75만명 무더기 ‘퇴출’

밴스, 보조금 조사결과 발표“부정가입·자격미달” 이유보험브로커 불법행위 사례도CMS 추가로 44만명 조사” 트럼프 행정부가 부정 가입과 자격 미달 등을 이유로 75만명이 넘는 가입

“코넬대 집단 성폭행 한인 학생도 가해자”
“코넬대 집단 성폭행 한인 학생도 가해자”

피해 여학생 민사소송약물 복용 강요한 뒤7명이 연쇄 성폭행”주장경찰 조사… 기소는 아직 아이비리그 명문 코넬대의 한 학생 사교클럽에서 여학생에게 약물을 복용하도록 강요한 뒤 여러

아파트 시장 2조달러 부채 늪… 부동산 위기 확산
아파트 시장 2조달러 부채 늪… 부동산 위기 확산

올해만 3,100억달러 만기공급 과잉·임대수요 둔화연체·디폴트·압류 잇따라가주, 뉴욕 이어 2위 규모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이제는 아파트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채

한미·PCB·오픈… 전국 중소은행 ‘올스타’ 선정
한미·PCB·오픈… 전국 중소은행 ‘올스타’ 선정

저명 ‘파이퍼 샌들러’ 선정매년 전국 25개 은행만 뽑혀성장률·자본 건전성‘최고’부실자산·상각비용 낮아야  남가주에 본점을 둔 한미은행(행장 바니 이), PCB 은행(행장 헨리 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