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관찰대상’지정 백악관·공화 진척 더뎌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레이팅스가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제때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채한도발 금융시장 충격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24일 월스트릿저널(WSJ) 등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트리플A로 평가하면서 향후 등급을 낮출 수 있는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피치는 “부채한도를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의) 벼랑 끝 전술과 부채 부담 증가는 미국 신용도에 하방 위험 신호”라며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중기 재정 전망에 대해 정부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신용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치는 수정헌법 14조 발동 등 부채한도 문제를 우회하는 해결 방법을 쓸 경우에도 미국의 신용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 이행은 준수돼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으로 일각에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이 연방의회의 부채한도 상향 없이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방안 중 하나지만 피치는 오히려 미국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미리 경고한 셈이다.
백악관은 이날 피치의 발표 이후 “피치의 결정은 의회가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막기 위해 합리적이고 초당적인 합의를 신속하게 통과시킬 필요성을 높인다”는 내용의 대변인 성명을 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지명한 협상가들은 이날 총 4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지만 특별히 진전된 소식을 내놓지는 않았다. 매카시 의장은 회의 이후 “아직 합의를 도출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국채는 수익률이 전날 5.98%에서 이날 위험 프리미엄이 붙으며 7.1%로 급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현재와 비슷한 부채한도 문제가 불거졌던 2011년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자 세계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