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 디폴트 임박에도 강경 입장 밝히며 백악관 압박
백악관과 의회는 24일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기 위해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이어갔으나 양측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재무부가 디폴트 발생 시점으로 추정한 내달 1일이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지출 삭감이 없는 한 협상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백악관을 압박했다.
부채한도를 올린 뒤 지출 문제를 논의하자는 백악관과 두 사안을 연계하는 공화당의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매카시 의장이 강경 입장을 내놓으면서 미국 연방정부의 사상 초유 디폴트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협상팀을 백악관에 보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협상 진전으로 디폴트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백악관과 공화당의 실무협상이 여전히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나는 미국민이 가장 높은 부채한도 비율을 가질 수 없는 데다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그들이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작년보다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확히 얼마나 더 지출을 줄여야 하느냐는 질문엔 “그것은 협상의 일부다. 민주당은 덜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더 쓰고 싶어 한다. 이는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타결과는) 거리가 멀다. 우린 견해차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며 작년보다 예산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우린 많은 양보를 했다”며 백악관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극단 세력한테서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민주당 내 강경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겨냥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처럼 극단적으로 되면 난 어쩔 수 없다.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이고 민주당의 좌장인데, 지금 민주당은 샌더스의 당”이라며 “난 샌더스가 등록된 민주당 당원인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 성향이긴 하지만 샌더스 의원이 무소속임에도 당내 입김이 강력하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카시 의장은 “우리는 오늘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진전이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협상 불발로 디폴트에 빠진다면 공화당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디폴트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우리가 유일한 상대방이 아니기에 공화당에 떠넘겨선 안 된다”고 답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당내 강경 보수파에 발목이 잡혀 타협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맹비난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연방정부의 재원이 언제 소진할 지 그 날짜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6월초가 되면 채무를 지불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채한도 상향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화당을 겨냥해 “양측(백악관과 공화당은)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지난 22일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위해 세 번째 회동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후 백악관과 공화당 협상팀이 연일 실무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 정부는 디폴트 날짜인 ‘X-데이트’를 6월 1일로 제시했고 일각에서는 설사 지출 조정 등으로 그 시기를 늦추더라도 6월 15일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