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나는 ‘어머니’보다 ‘엄마’가 좋다

지역뉴스 | | 2023-05-17 11:55:21

삶과 생각, 조광렬 수필가 화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조광렬(수필가·화가)

며칠 전 서울에 계신 어머님과 페이스톡을 했다. 어머니 얼굴이 휴대폰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어머니! 저예요.” 그래도 별 반응이 없으시다. “어! 어? 누구?” 하신다. “저 광렬이예요.”해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곁에서 아우가 “미국이예요. 형, 큰형님”하고 일깨워드려도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시간이 걸리시는 모양이다. 그때 내가, “엄마~ ! 나야! 광렬이!” 하니 그제야 “어! 우리 큰 아드을!”하시며 반가워하신다.

그제야 정상적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우의 전언에 따르면 대화할 때는 멀쩡하신데 전화를 끊고 조금 지나면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모르신다고 했다. 그러함에도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 시집살이 하던 시절은 또렷이 기억하시며 “부잣집이라고 시집와서, ‘국회의원 며느리가 삯바느질에, 물지게진다’고 수군거리더라”는 말씀은 아직도 수시로 하신단다.

이번에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휴대폰 앞에 계신 당신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니 못 알아들으신 듯한데, “엄마”라고 부르니까 반사작용처럼 금세 미소를 띠신다. 어머니 얼굴에 생기가 확 도는 걸 느꼈다. 어머니는 역시 엄마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는 것을….

‘엄마’라고 부를 때의 내 기분을 뭐라 할까, 마치 나를 에워싼 모든 것이 갑자기 아늑해진 느낌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머리와 마음속에 쌓였던 찌꺼기들이 씻겨나가는 듯하다. 그걸 알면서도 왜 난 여지껏 엄마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라는 말은 존대말도 공경심이 깃든 단어도 아닌데도 말이다. 

어머니의 존칭은 ‘어머님’이다. 한국 사람들은 철이 들면 부모에게 ‘아버지’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한다. ‘엄마’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엄마라고 부를 때는 왠지 “나는 영원한 당신의 새끼입니다”라는 뜻이 절로 따라붙는 듯 느껴진다. 어머니가 보시기에는 자식이 아무리 머리가 허연 늙은이라도 그저 내 새끼인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나 체면 여부를 떠나 당신의 뱃속에서 나온 ‘내 피붙이’인 것이다. 평생을 ‘엄마’라고 부르는 딸들이 아들들보다 더 어머니와 친밀하고 살뜰한 정을 나누며 지내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엄마!’라는 말속에는 고향의 냄새가 물씬 난다. 엄마는 고향이요, 유년의 젖이다. ‘어미 모(母)’의 한자는 여성의 가슴 모양에서 나왔다. 고향은 돌아갈 곳이다.

모국, 내가 태어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더 큰 의미의 어머니다. 고향을 떠난 우리 동포들은 다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자식들이 아닐까 싶다. 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디아스포라의 삶이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어머니와 모국은 나이가 들어도 기대고 싶은 “생명의 언덕이요 뿌리”다. 나는 어머니 연세가 여든이 되면서부터는 혹 어찌되시지나 않을까하는 공연한 걱정과 함께 효행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늘 편치 못했으나 어머니는 다행이고 고맙게도, 이 나이에도 내가 ‘엄마’를 부를 수 있게 해주고 계신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어머니는 며칠 후면 만 102세가 되신다. 당신의 남편보다 2곱절하고도 7년을 더 살고 계시는 것이다. 기억력이 많이 저하된 것 외에는 아직은 건강하신 편이다. 큰 축복이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바디프랜드, 창립 19주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 진행
바디프랜드, 창립 19주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 진행

“홈 헬스케어 기술 고도화 지속”   글로벌 헬스케어 로봇 기업 바디프랜드가 창립 19주년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바디프랜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19년

법륜 스님, 정토불교대학 3월 학기 신입생 모집
법륜 스님, 정토불교대학 3월 학기 신입생 모집

3월 16일 신청 마감 불교수행공동체 ‘정토회’는 즉문즉설로 유명한, ‘정토회’의 지도법사 법륜스님을 모시고, 정토불교대학 2026년 3월 학기를 개강한다.‘정토 불교대학’은 인생

화요일 새벽 애틀랜타 개기월식 '블러드 문' 현상
화요일 새벽 애틀랜타 개기월식 '블러드 문' 현상

화 오전 6시-7시 사이 달이 붉게돼 오는 화요일 3월 3일 새벽, 조지아 북부 하늘에서 달이 붉게 변하는 '블러드 문(Blood Moon)' 현상이 펼쳐질 예정이어서 애틀랜타 주

기름 바닥나 멈춰선 차량에 귀넷 셰리프 온정
기름 바닥나 멈춰선 차량에 귀넷 셰리프 온정

라라모어 셰리프 250달러 송금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는 법" 조지아주 로렌스빌에서 발생한 일상적인 교통 단속 현장이 따뜻한 온정의 장으로 변해 지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귀

학생 도시락에 알코올 11도 음료수가
학생 도시락에 알코올 11도 음료수가

사우스 풀턴 경찰국 권고문 게시 조지아주 사우스 풀턴 경찰국이 이번 주 학부모들에게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경고를 날렸다. 자녀의 도시락 가방을 다시 한번 확인해 점심시간에

운전 중 휴대전화 보던 드라이버의 최후는
운전 중 휴대전화 보던 드라이버의 최후는

조지아주 캐롤턴 경찰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18륜 대형 트럭 추돌 사고 사례를 공개하며 핸즈프리 법 준수를 강력히 당부했다. 사고 운전자는 충돌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했음을 시인했으며, 차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었음에도 기적적으로 큰 부상을 면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부주의한 운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법 집행의 목적이 시민 안전에 있음을 강조했다.

박사라 시의원, 지방정부 전문 교육과정 참석
박사라 시의원, 지방정부 전문 교육과정 참석

GMA 과정, 시정 전문성 강화 차원주의회 방문 지역 의견 전달 예정 둘루스시 박사라(사진) 시의원이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UGA에서 조지아 지방정부 협의체(GMA) 주최 ‘

8세 아동이 장전된 총 들고 등교
8세 아동이 장전된 총 들고 등교

홀카운티 초등학교 2학년생수사당국 “위해 의도 없어” 초등학교 2학년생이 학교에 탄약이 장전된 총기를 들고 왔다가 적발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홀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사건은

결석 잦으면 운전면허 정지에 체육활동 금지
결석 잦으면 운전면허 정지에 체육활동 금지

주상원,상습 결석에 초강수 관련법안 압도적 표차 가결 주의회가 학생들의 상습적인 결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주 상원은 26일 결석이 잦은 학생에게 운전면허 정

SBA(연방중소기업청) ‘시민권자만 대출’ 강행… 자영업 이민자들 ‘타격’
SBA(연방중소기업청) ‘시민권자만 대출’ 강행… 자영업 이민자들 ‘타격’

예정대로 3월1일부터 시행영주권·합법이민자들 배제 100% 미국 국적자만 자격 한인 은행권·업체들 영향 연방 중소기업청 로고. [로이터] 연방 중소기업청(SBA)이 오는 3월 1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