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나는 ‘어머니’보다 ‘엄마’가 좋다

지역뉴스 | | 2023-05-17 11:55:21

삶과 생각, 조광렬 수필가 화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조광렬(수필가·화가)

며칠 전 서울에 계신 어머님과 페이스톡을 했다. 어머니 얼굴이 휴대폰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어머니! 저예요.” 그래도 별 반응이 없으시다. “어! 어? 누구?” 하신다. “저 광렬이예요.”해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곁에서 아우가 “미국이예요. 형, 큰형님”하고 일깨워드려도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시간이 걸리시는 모양이다. 그때 내가, “엄마~ ! 나야! 광렬이!” 하니 그제야 “어! 우리 큰 아드을!”하시며 반가워하신다.

그제야 정상적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우의 전언에 따르면 대화할 때는 멀쩡하신데 전화를 끊고 조금 지나면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모르신다고 했다. 그러함에도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 시집살이 하던 시절은 또렷이 기억하시며 “부잣집이라고 시집와서, ‘국회의원 며느리가 삯바느질에, 물지게진다’고 수군거리더라”는 말씀은 아직도 수시로 하신단다.

이번에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휴대폰 앞에 계신 당신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니 못 알아들으신 듯한데, “엄마”라고 부르니까 반사작용처럼 금세 미소를 띠신다. 어머니 얼굴에 생기가 확 도는 걸 느꼈다. 어머니는 역시 엄마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는 것을….

‘엄마’라고 부를 때의 내 기분을 뭐라 할까, 마치 나를 에워싼 모든 것이 갑자기 아늑해진 느낌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머리와 마음속에 쌓였던 찌꺼기들이 씻겨나가는 듯하다. 그걸 알면서도 왜 난 여지껏 엄마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라는 말은 존대말도 공경심이 깃든 단어도 아닌데도 말이다. 

어머니의 존칭은 ‘어머님’이다. 한국 사람들은 철이 들면 부모에게 ‘아버지’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한다. ‘엄마’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엄마라고 부를 때는 왠지 “나는 영원한 당신의 새끼입니다”라는 뜻이 절로 따라붙는 듯 느껴진다. 어머니가 보시기에는 자식이 아무리 머리가 허연 늙은이라도 그저 내 새끼인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나 체면 여부를 떠나 당신의 뱃속에서 나온 ‘내 피붙이’인 것이다. 평생을 ‘엄마’라고 부르는 딸들이 아들들보다 더 어머니와 친밀하고 살뜰한 정을 나누며 지내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엄마!’라는 말속에는 고향의 냄새가 물씬 난다. 엄마는 고향이요, 유년의 젖이다. ‘어미 모(母)’의 한자는 여성의 가슴 모양에서 나왔다. 고향은 돌아갈 곳이다.

모국, 내가 태어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더 큰 의미의 어머니다. 고향을 떠난 우리 동포들은 다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자식들이 아닐까 싶다. 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디아스포라의 삶이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어머니와 모국은 나이가 들어도 기대고 싶은 “생명의 언덕이요 뿌리”다. 나는 어머니 연세가 여든이 되면서부터는 혹 어찌되시지나 않을까하는 공연한 걱정과 함께 효행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늘 편치 못했으나 어머니는 다행이고 고맙게도, 이 나이에도 내가 ‘엄마’를 부를 수 있게 해주고 계신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어머니는 며칠 후면 만 102세가 되신다. 당신의 남편보다 2곱절하고도 7년을 더 살고 계시는 것이다. 기억력이 많이 저하된 것 외에는 아직은 건강하신 편이다. 큰 축복이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의료·법률 전문가와 현직 경찰 수사관 참여청소년 약물 문제▪법적 책임, 현장경험 공유11월 7일 오후 2시, 둘루스 그레이홀 개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애틀랜타 지회(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29일 오후 2022년 투표 기록 넘어서30일까지 사전투표자 270만명 이상 조지아주가 사전 현장 투표 기간을 하루 남겨둔 상황에서 2022년 중간선거 당시의 사전 현장 투표 기록

오바마케어 보험료 2년 새 35% 급등
오바마케어 보험료 2년 새 35% 급등

내년 전국 평균 15% 인상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애리조나주 27.9%로 최고중산층·50~60대 부담 커져 오바마케어 건강보험료가 지난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하면서 가입자들

미국서도 전역증 재발급 받는다

29일부터 재외공관서 신청 가능일부 공관은 우편 수령도 가능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들이 전역증을 분실하거나 훼손했을 때 한국내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재외공관 에서 재발

미 대학가, AI 서비스 무료 제공 확산

프린스턴·코넬 등 아이비리그 합류 챗GPT·클로드 등 학생·교직원 등에“AI 활용 격차 해소·연구 효율성 높여” 과제 의존·학습 능력 약화 우려도  미 대학가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에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밝은 의상 착용, 손전등 등 광원 지참 꼬마 악마, 마녀, 좀비, 뱀파이어 분장을 한 아이들이 토요일 밤 귀넷 카운티 주택가를 누빌 예정인 가운데, 카운티 경찰이 학부모들에게 아이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조지아 대법원 상고 기각 조지아주 대법원이 애팔래치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콜트 그레이의 새로운 형량 선고를 위한 상고를 기각했다.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레이가 요청한 새로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취소율 1.24%, 심각한 지연 1.25% 애틀랜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사 결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항 중 하나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컨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귀넷 법원 제한적 허용 귀넷 카운티 법원이 16개월 된 아들의 차량 안 방치 사망과 관련해 2급 살인 및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 데자 콜먼에게 거주 단지 내에서 할로윈을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수익금 연말 파티서 기부 예정 조지아한인부동산협회(GAKARA·회장 레이첼 김)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스와니 베어스베스트 골프장에서 제5회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