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총기규제’ 답변 껑충 뛰어
집을 잘못 찾아 초인종을 누른 흑인 소년이 총에 맞아 다치는 사건에서부터 텍사스주 일가족 5명 총격 피살 사건 등까지 툭하면 터지는 총격사건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총기 및 범죄 문제를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미국 국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미국 성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 달 3~25일 실시해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정부 리더십(18%), 경제일반(14%) 등에 이어 총·총기규제(7%)가 5위를 차지했다. 이어 범죄·폭력 문제가 6%로 6위를 기록했다.
두 이슈 모두 전달 조사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중요도가 상승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총·총기 규제 문제와 범죄·폭력 문제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1%, 3%에 그쳤다.
이런 변화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도했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3%만 총기 문제가 중요하다고 꼽았지만, 이번에는 이런 답변을 한 응답자가 18%를 기록했다. 범죄·폭력 문제 대응이 중요하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응답도 지난달 5%에서 이번 달 11%로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미국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답변도 3월 34%에서 4월 29%로 다소 감소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총기 규제 중요성에 대한 답변은 관심을 끄는 사건 발생 등과 맞물려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미주리주에서는 지난달 13일 랠프 얄(16)이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이 쏜 총 2발에 맞아 머리와 팔을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지난달 10일과 28일에는 해고 통보에 따른 켄터키주 총기 난사 사건, 텍사스주 가정집 총격 사건 등이 각각 발생했다.
켄터키주 최대도시인 루이빌의 한 은행에서 해고에 앙심을 품은 전직 직원이 벌인 총격사건으로 범인을 포함한 5명이 숨지고 경찰관 2명 등 최소 9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텍사스주의 한 가정집에서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용의자가 이웃집 주민들에게 처형 스타일로 총격을 가해 일가족 5명이 사망했다.
지난 3월27일 테네시주 주도 내슈빌의 기독교 사립학교에서 이 학교에 다닌 적 있는 범인이 총을 난사해 9살 학생 3명을 비롯해 6명이 숨졌다. 음력설 전날인 1월 21일에는 아시아계 70대 남성 휴 캔 트랜이 중국계 등 아시아계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LA인근 몬터레이 파크의 댄스 교습소 ‘스타 댄스’에서 총기를 난사해 남성 5명과 여성 5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같은 총기관련 사건이 기승을 부리면서 2019년 미국 내 총기 관련 사망자는 3만3,599명에서 2022년엔 4만4,290명으로 31% 급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회에 총기규제 강화법 처리를 반복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총기 소유 권리를 주장하는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력과 공화당의 ‘뒷짐’으로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