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치졸한 '한한령' 10년째 고수
외국 문화가 자국 청년 영향 우려
세계적인 K-팝 그룹 BTS가 3년 이상의 공백기를 깨고 무대로 복귀하며 12개월간의 월드 투어에 나섰지만, 거대 시장인 중국은 이번 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지역 신문 AJC가 AP의 기사를 인용해 이를 상세히 분석했다.
중국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비공식적인 '한한령'을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유입을 차단해 왔다. 이로 인해 일부 중국 팬들은 이번 주와 주말에 열리는 투어의 시작인 서울 공연 3회를 관람하기 위해 직접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금지 조치가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이유로 한국 음악과 영상의 압도적인 인기가 정부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자국 문화 상품의 강력한 수호자를 자처한다. 최근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금지 조치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금지 조치가 완전히 전방위적인 것은 아니다. 비한국인 멤버가 포함된 K-팝 그룹은 중국 내 공연이 허용되기도 하며, K-팝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는 예약제로 운영될 만큼 인기가 높다. 영상물의 경우 스트리밍의 발달로 드라마 접근은 가능하지만, 최신작은 주로 불법 복제판으로 유통된다. 중국 내 4대 주요 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한국 드라마는 약 50여 편에 불과했으며 모두 최소 4년 이상 된 구작들이었다. 다만 마카오와 홍콩은 별도의 법체계를 가진 특별행정구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금지령의 예외 지대다. BTS의 2027년 투어 일정에 홍콩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무료 컴백 콘서트에 참석한 중국인 팬 톈신은 "홍콩이나 마카오에서라도 공연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나머지는 국가 정책의 문제지만 팬으로서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초기에 K-팝을 자국 체제와 호환 가능한 문화 수입품이자 서구 팝 문화의 대안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2010년대 K-팝의 인기가 폭발하자 이를 통제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김동하 교수는 "사드 갈등은 시기적으로 겹쳤을 뿐, 베이징의 근본적인 우려는 더 깊은 곳에 있다"며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국 문화가 자국 청년들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지 금융 분석가는 "중국은 자국 음악 산업을 육성하길 원하며, K-팝이 다시 범람할 경우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금지령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2022년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에 대해 소위 금지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지난해 린젠 대변인 역시 "건강하고 유익한 문화 교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두 차례 만남 이후 금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지난 1월 양국은 문화 및 콘텐츠 교류 확대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는 축구와 바둑 같은 종목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세 발 두께의 얼음은 하루아침에 얼지 않는다(氷凍三尺 非一日之寒, 빙동삼척 비일일지한)"와 "열매는 익어야 떨어진다(水到渠成, 수도거성)"는 성어를 인용하며 개방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K-팝의 자극적인 안무가 아이들에게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국내 산업을 잠식할 것이라는 경계심이 공존한다. 반면 팬들은 해외 원정 공연에 드는 비용과 피로를 줄일 수 있는 본토 공연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벤트 기획자 유상은 씨는 지난해 K-팝 행사를 위해 서울을 다섯 번이나 방문했다. 그는 "중국 팬들의 충성도는 엄청나다. 가수가 북극에 간다면 우리도 북극까지 따라갈 기세"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금지 조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체질 개선을 불러왔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 개방을 고대하고 있지만, K-팝 업계는 이미 중국 없는 구조를 완성했다. 일본이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북미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이현지 분석가는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지만, 이제 기업들이 목매며 기다리는 곳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박요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