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6번째로 모델Y·3 인하, 아이오닉5보다 약 9,000달러 저렴
테슬라가 미국 내 차량 가격을 저가 모델 중심으로 한 번 더 인하했다. 연방정부 지원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이제 한국 브랜드의 경쟁 차종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거의 9,000달러나 저렴한 상황이다. 비싼 가격 탓에 고객 이탈이 현실화하는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저가 모델인 모델Y와 모델3의 가격을 각각 3,000달러, 2,000달러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모델Y와 모델3의 시작 가격은 각각 4만6,990달러, 3만9,990달러로 낮아졌다.
테슬라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낮춘 건 올해 들어 6번째다. 테슬라는 이달 초인 7일에도 모델Y와 모델3 가격을 각각 2,000달러, 1,000달러 인하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초와 비교하면 모델Y는 20%, 모델3는 11% 저렴해졌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점유율을 올려 미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실제 테슬라는 잇단 가격 인하를 통해 지난 1분기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차량(42만2,875대)을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 수익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와 관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가격 변화가 일반 소비자에겐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당분간 점유율 확대 정책을 이어나가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효과로 모델3·모델Y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데 이 금액까지 할인 받으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모델보다 가격 측면에서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모델3 최저가 차량의 경우 보조금을 전액 받으면 약 3만2,500달러에 구매가 가능한데 이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5의 권장소비자가격(MSRP) 시작가(4만1,450달러)보다 약 9,000달러 저렴하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한국 자동차를 살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보조금을 이유로 한국 브랜드 전기차를 기피하는 현상이 출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오닉5 구매를 고민하던 시카고의 한 전문직 남성이 전기차 보조금을 못 받게 되자 다른 차량을 사기로 마음을 바꿨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남성은 “보조금을 받으면 더 비싸고 좋은 차를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는데 보조금을 주지 않는 차를 굳이 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IRA 정책 결과에 따라 한국 브랜드와 같이 보조금을 못받는 차량을 외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빨라야 내년 말에나 55억달러 규모의 조지아 새 공장을 준공해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처지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말 IRA 세부지침을 발표하면서 기존에는 북미산 조립 요건만 맞추면 보조금 대상이었지만 이를 대폭 강화했다.
IRA 세부지침에는 올해부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 전기차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를 비롯해 셰볼레 볼트, 이쿼녹스, 포드 E-트랜짓, 머스탱 등 대부분 미국 차가 포함됐다. 반면 한국과 일본, 유럽 브랜드 전기차종은 하나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