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전문가 에세이] "뱃살이 안 들어가요"

지역뉴스 | | 2023-04-19 13:23:44

전문가 에세이,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천양곡(정신과 전문의)

“안개가 자욱이 낀 4월의 아침이다. 밖이 잘 보이지 않아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은 어떤 환자들을 만날까 머릿속에 그려본다. 병원 앞에 도착하니 벌써 구급차 두 대가 서있다. ‘아침부터 바쁘겠군’ 중얼거리면 응급실 내 방으로 들어간다.” 

어느 후배 정신과의사의 임상 블로그에 실린 글이다. 나 자신을 오버랩 시키는 글이다. 대형 정신병원 응급실 정신과의사로 마음의 뼈가 굳어버린 나는 이제 은퇴 3년차이다. “그래,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오래 전 초봄 안개 낀 어느 날의 임상기록을 들춰본다. 

“뱃살이 너무 나와 내가 싫었어요. 죽으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에요.” 왜 약물을 과다 복용했느냐는 물음에 항의조로 답하는 환자는 4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둘째가 10살이 넘어 이제 좀 편히 살아야겠다고 했는데 예기치 않은 임신을 했다.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아기가 정상으로 태어날까, 직장 일은 어떻게 할까, 아이가 중학교 입학할 때면 나는 50대 후반이 되는데 등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이었다. 

환자는 40이 넘자 부작용 때문에 피임약을 끊었다. 대신 피임방법을 책임지겠다고 한 남편이 미웠다. 출산이 다가오자 고령 임신이라 산후중독증 위험이 있고, 혹시 회음 절개술이나 제왕절개술이 필요할지 모르니 서류에 서명해달라는 의사의 요청도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태어난 아기는 건강한 정상아였고, 출산 후 아기와 산모에 큰 문제가 없어 곧 퇴원했다. 

그런데 몸이 문제였다. 분만 시 회음부 절개술을 한 부위가 잘 아물지 않고 계속 아프고 불편했고 무엇보다 임신 중 늘어난 체중이 쉽게 줄어들지 않아 뱃살이 불룩 나와 있었다. 호르몬 변화와 여러 스트레스는 산모에게 정신적, 신체적 질환에 걸릴 위험을 높여준다. 고령임신, 고령출산의 경우는 더하다. 출산 후 1-2주 사이에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산후우울감은 80%의 산모들이 경험하는 정상적 감정상태이다. 그런데 임신 전, 임신 중, 출산 후에 불안감, 우울감, 무기력감, 피로감, 수면장애 등이 심해지면 주산기 우울증(Perinatal depression)이라 부른다. 

과거 정신과의사는 환자와의 신체접촉을 금기시하여 일부러 신체증상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늘의 정신과의사는 마음 증상뿐 아니라 몸의 증상도 세세히 관찰한 다음 진단하고 치료를 결정한다. 특히 고령 임산부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눈에 띄게 변화하는 자신의 외모에 몹시 신경을 쓴다. 체중, 피부색, 탈모 등 외모에 대한 고민이 심하다. 더불어 출산 후 요통, 골반통, 치골통, 성교통으로 고생을 한다.  

앞의 환자는 튀어나온 뱃살을 줄이려고 밥도 적게 먹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했다. 그러나 체중은 안 빠지고 얼굴에 낀 기미도 잘 없어지지 않았다. 남편이 또 미워졌다. 동시에 남편에게 버림받을까 심히 불안하고 잠도 설쳤다. 급기야 자신에게서 여자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정신과의사를 만나 보라는 산부인과 의사한테 먼저 진정제 처방을 부탁했다. 어느 날 진정제를 너무 많이 복용해 병원으로 온 것이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기대와 책임에 대한 두려움, 몸과 마음에 엄청난 변화를 준다. 35세 넘은 고령 출산의 경우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감정기복도 심해진다. 더불어 여러 신체중상과 외모 변화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각하다. 경력단절에 대한 사회적 고민에 휩싸일 수도 있고 남편의 나이가 중년위기 발생 시기와 맞물려 혹시 자기 곁을 떠날까 하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앞 환자와 같은 경우, 효과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통증 전문의와 잘 협조하여 신체적 증상을 먼저 줄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신과 출산 후에 발생하는 신체적 문제는 불안증, 우울증 못지않게 잘 도와주어야 하는 게 정신과의사의 일이다.

[전문가 에세이] "뱃살이 안 들어가요"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주리에서 경비행기 추락…스카이다이버 등 12명 사망
미주리에서 경비행기 추락…스카이다이버 등 12명 사망

미주리주 비행기 추락사고 잔해 [로이터]  미주리주(州)에서 경비행기 추락 사고가 일어나 조종사와 스카이다이버 등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CNN 방송과 폭스뉴스는 14일 오전 미주리

이란전쟁 106일만에 사실상 종료…미·이란 “협상타결, 19일 서명”
이란전쟁 106일만에 사실상 종료…미·이란 “협상타결, 19일 서명”

트럼프 “서명직후 호르무즈 통행료없이 개방…對이란 해상봉쇄 즉시 해제” 중재국 파키스탄도 협상타결 확인…종전 MOU 세부내용 관건 19일 스위스에서 MOU 서명식 개최…유럽 방문

미국서 살인 2건 저지른 한국인, 8년만에 체포돼 미국인도
미국서 살인 2건 저지른 한국인, 8년만에 체포돼 미국인도

여행서류 문의하다 라오스서 체포…미 검사 “지구 끝까지라도 간다” 미국에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했던 한국 국적자가 8년 만에 체포돼 미국으로 인도됐다.미국 연

“스마트폰 보급이 출산율 급락 원인 중 하나” 미 연구결과
“스마트폰 보급이 출산율 급락 원인 중 하나” 미 연구결과

미들버리대·전미경제연구소 보고서… “신체접촉과 대면 만남 대체 가능성” 미국에서 출산율 급락을 이끈 원인 중 하나가 스마트폰 보급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집 언제 내놔야 하나?… 봄철이 늘 정답은 아냐
집 언제 내놔야 하나?… 봄철이 늘 정답은 아냐

12월~3월이 더 유리할 수도집 상태‘최상’으로 유지한 뒤집 팔 준비부터 돼 있어야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셀러의 개인적인 준비 상태도 고려해서 집을 내놔야

“한발 먼저 매물 찾고 싶은데”… 미공개 ‘오프마켓’ 매물
“한발 먼저 매물 찾고 싶은데”… 미공개 ‘오프마켓’ 매물

손품·발품·정보력 필수관할 기관 기록 확인소유권 변경·매물 철회유치원 변경·건축 허가 시장에 공개되기 전에 매매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오프마켓 매물을 찾으면 유리한 조건으로 주택을

중년의 습관들이 뇌 건강·치매 여부 좌우한다
중년의 습관들이 뇌 건강·치매 여부 좌우한다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치매는 증상 15~20년 전부터 시작…“중년이 예방 골든타임”운동·수면·식단 관리만으로도 위험 최대 45% 감소 가능학습·독서·사회활동이 뇌 회

‘데뷔 13주년’ 방탄소년단, 12일 깜짝 신곡 발표
‘데뷔 13주년’ 방탄소년단, 12일 깜짝 신곡 발표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이 12일(한국시간 기준) 오후 1시 신곡 'Come Over'의 음원을 발표한다. 'Come Over'는 지난 4월 3일 발매된 '아리랑' 디럭스 바

‘누구나 작가·변호사·가수’… 정말 풍성해지는 AI사회?
‘누구나 작가·변호사·가수’… 정말 풍성해지는 AI사회?

챗GPT 등 생성형 AI 보급으로 전자책, 법률 소송, 음악, 과학 논문 등 전 분야에서 AI 생성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아마존 전자책 출간은 3배 늘었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내 AI 곡 비중도 40%를 넘어섰다. 반면, 법률 분야의 '셀프 소송' 증가로 인한 사법 시스템 부담과 과학계의 저품질 논문 범람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분야는 AI 탐지 시스템 도입 및 규제 강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여름철 더 괴로운 ‘다한증’… 배 안 열고 수술
여름철 더 괴로운 ‘다한증’… 배 안 열고 수술

서울성모병원 ‘발 다한증’ 환자에 단일공 로봇수술 시행다빈치SP 활용 ‘후복막 접근 요추 교감신경절제술’ 첫 성공복막 경유 기존 수술법 한계 극복… 최소침습 치료 가능성 확대 &l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