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긴급개인 요청에 19일까지 임시조치 판결
미국에서 20여년간 판매된 경구용 임신중절약(낙태약)에 대한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취소하라는 연방 하위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연방 대법원이 14일 해당 판결 집행을 일시 중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은 이날 이같이 결정했다고 AP 통신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하급심의 판결을 검토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임시 조치이며 기한은 오는 19일 자정까지다.
앞서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지난 7일 미국에서 시판되는 사실상 유일한 경구용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7일 뒤인 이날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이 약은 미페프렉스, 미페게스트 등의 브랜드로도 판매되고 있다.
이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제5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3일 승인 결정은 유지하되 사용 규제를 완화한 2016년 조치는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약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됐다. 구체적으로 제5연방항소법원은 13일 판결에서 임신 여성이 직접 의사를 찾아 처방 받고 미페프리스톤을 직접 수령하도록 하는 제한을 복구시켰다. 또 현재의 약 사용 가능 기간인 임신 10주차를 임신 7주차로 낮추는 등 처방 조건을 강화했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10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임신중절을 위한 약이며 지난 2000년 첫 승인됐었다.
20여년간 사용된 낙태약에 대한 판매 금지 결정이 나오자 논란이 크게 확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성명을 내고 “이번 소송과 법원의 결정은 여성의 자유를 박탈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이날 연방 대법원에 낙태약 판결에 대한 긴급 개입을 공식 요청했다. 법무부는 “하급심 판결이 발효되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규제 체제가 뒤집히게 되며 제약 산업, 여성, FDA의 법적 권한 등에 광범위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약에 관한 상반된 판결의 여파는 정치권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민주당은 낙태권 문제를 선거운동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쟁점화하는 반면 공화당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는 등 양당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당의 이런 상반된 반응에 대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 후 1년간 낙태를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공개된 마켓대 법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고 있으며 찬성은 33%에 그쳤다.
WP는 양당 전략가들은 모두 낙태 금지에 대한 분노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패배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으며, 민주당은 이 문제를 2024년 대선을 준비 중인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핵심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있는 주정부들은 텍사스 연방법원의 판매 금지 결정이 법적 효력을 내기 전에 미페프리스톤을 대량 구입해 비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