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 등 대로변 널려 있어…노숙자 등 대놓고 거래·사용
지난 10일 오전 LA 한인타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고객을 만나기 위해 윌셔와 아드모어 길을 걷다가 마약을 투약한 노숙자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 여러 개를 발견했다. 김씨는 “점심식사를 하거나 손님을 만나려 자주 걷는 편인데 길거리 곳곳에 주사기가 널브러져 있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면서 “노숙자들이 밤새 마약을 투약하고 함부로 버린 주사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LA 한인타운이 노숙자들이 버린 마약 주사기와 마약 성분이 남아 있는 흔적물로 오염되고 있다. 노숙자들이 주로 복용하는 마약류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와 값싸고 사기 쉬운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이미 합법화된 마리화나는 차라리 애교에 속한다.
밤이 되면 거리 한복판에서 앳된 얼굴의 10대들이 노숙자와 대마초, 알약 형태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거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편에선 몇몇 노숙자들이 버젓이 자기 팔에 주사기 바늘을 놓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대낮에 좀비처럼 걷는 노숙자들도 많이 보인다. 아편 성분인 오피오이드의 일종인 펜타닐 부작용이다.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를 넘는 독성을 가진 펜타닐은 환각 상태를 빠르게 유발한다. 노숙자들이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길거리에 주저앉아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AP뉴스는 LA 거리가 펜타닐에 점령당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거리에서 펜타닐로 인해 사망한 노숙자 수는 한해 7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노숙자 사망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치다. 펜타닐은 2㎎만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주인과 산책하던 애완견이 마약 성분이 묻은 노폐물을 잘못 먹어 시름시름 앓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LA 한인타운 인근 스튜디오 시티의 한 공원에서는 산책 중이던 애완견이 길거리에 떨어진 무엇인가를 먹고 이상 행동을 보였고, 동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결과 대마초 성분인 THC와 코카인 성분이 검출됐다.
마약에 찌든 노숙자들이 행인을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신체적인 폭행까지 서슴치 않는 경우도 많아 대낮에도 한인타운을 활보하기 무섭다는 한인들이 많다. 노숙자들이 주로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인근에 몰려 있다보니 근처에 직장이 있거나 대중 교통편을 이용해 출퇴근 하는 한인들은 길거리 걷기가 두렵다는 반응이다.
독자라고 밝힌 김모(70)씨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특히 나이가 많은 여성 시니어들은 한두 블록만 걸어도 신경이 온통 곤두서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노숙자들이 불쌍하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들을 방치해 길거리가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무법지대로 변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LA 노숙자서비스국(LASHA)의 전수조사에서 LA한인타운 내 노숙자 수는 매년 크게 늘어나 2016년 278명에서 2020년 515명으로 두배 가량 증가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월 실시된 조사 결과는 오는 6월쯤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