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결혼한 김시우 캐디로 나와 9번 홀 버디 '실력 발휘'
"오, 그래요? 김(시우)보다 더 승수가 많네요!"
6일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파3 콘테스트 공동 취재 구역에서 만난 미국 기자에게 김시우의 아내 오지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둔 선수 출신이라고 알려주자 나온 반응이다.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 개막 전날 열리는 이벤트로 대회장 내 9개의 파 3홀을 돌며 순위를 매긴다.
순위 경쟁보다는 가족이나 지인을 캐디로 동반하고, 이들이 선수 대신 샷을 하기도 하는 축제 성격의 행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둔 김시우는 이날 오지현이 캐디를 맡았다.
교포 선수 케빈 나(미국), PGA 투어 2승의 이경훈이 같은 조로 경기했다.
오지현은 이날 115야드 9번 홀에서 9번 아이언으로 티샷해 공을 홀 70㎝에 붙였고, 직접 버디 퍼트도 성공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오지현의 버디로 김시우는 이날 4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4위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오지현은 "연습을 (공) 한 박스 치고 나왔다"고 웃으며 "공을 물에 빠트리고 싶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시우와 오지현은 지난해 12월 결혼했고, 이번 마스터스에 동행했다.
아직 신혼인 이들은 인터뷰에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오지현이 "(마스터스에) 너무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와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우리 남편 멋있죠"라고 사랑을 표현했다.
그러자 김시우도 "결혼 전에는 제가 마스터스 출전권이 없었는데, 올해 1월 PGA 투어 우승으로 마스터스에 나오게 됐으니, (오)지현이가 선물해준 마스터스 출전"이라고 화답했다.
또 "동료 선수들이 지현이가 선수 출신인 걸 알고 있는데, 이렇게 잘 치는 모습을 보여주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결혼 후 곧바로 우승하는 등 성적이 좋아진 것도 '아내 덕'으로 돌리는 모습에서는 '생존 전략'이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김시우는 "전에는 톱10 아니면 성적이 안 좋았는데, 공격적으로 치다가 안 되면 포기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결혼 후에는 지현이가 옆에 있으니 끝까지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기복이 줄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지현이 "제가 돈 많이 벌어오라고 쪼고 있어요"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김시우는 "대회 기간 날씨가 안 좋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쳐 본 경험이 있다"며 "준비를 잘해서 경기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