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밖 현장 스케치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 형사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 인정신문 절차를 밟기 위해 출석한 뉴욕시 로어맨해턴의 형사법원 앞은 수백명의 찬반 시위대와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 그리고 경비 경찰 등 1,0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에 쏠린 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현장에는 수백명의 각국 취재진과 10여대의 중계차,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북적였다. 법원으로 향하기 전 먼저 들른 미드타운 북쪽의 트럼프타워에도 취재진 100여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발하는 장면을 기다리느라 평소에도 혼잡한 5번 애비뉴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이날 CNN을 비롯한 주요 방송 매체들은 중계차와 헬기까지 동원해 트럼프타워를 떠나 형사법원으로 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과 현장 분위기를 생중계했다.
법원 앞 컬렉트폰드 공원 한쪽에 모인 시민들은 마치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듯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각종 분장과 퍼포먼스가 등장한 것은 물론 그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퍼부었던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는 악담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구호를 합창했다.
경찰복 차림의 한 여성 시위자는 트럼프 인형과 가짜 돈가방을 들고 마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를 감옥에 가둬라’ 뿐 아니라 ‘트럼프의 부패는 우리 모두에게 위험’, ‘인종차별을 애국으로 위장하지 말라’,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고 적힌 반 트럼프 피켓들이 빼곡했다.
맨해턴 주민인 루이스는 “그는 수많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감옥에 가는 것을 보고 싶다”라며 “난 이민자의 아들로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러웠지만 지금은 당혹스럽다. 그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인종차별주의자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반면 공원의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무대였다. 경찰이 설치한 철제 바리케이드 너머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탄핵하라’,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을’,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펼쳐 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한 지지자는 흑돼지 사진 위에 이번 기소를 추진한 앨빈 브래그 맨해턴지검 검사장의 이름을 적은 인종차별적 피켓을 들고 기소에 항의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인만큼 지지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오전에는 극우 성향의 친트럼프 정치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연방하원의원 등이 시위에 동참했으나 금방 자리를 떴다.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반트럼프 진영에서 ‘감옥에 가둬라’, ‘체포하라’는 구호를 합창하자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맞섰다. 공원에 배치된 수십 명의 경찰관이 곳곳을 순찰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가운데 양쪽에서 일부 시위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벌어졌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