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배우 ‘입막음’용 13만달러 지급 의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전격 기소됐다. 이로써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뉴욕 맨해턴 대배심이 이날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맨해턴 대배심이 23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최소 12명 이상이 기소에 찬성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 혐의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며칠 내로 공소장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5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사해 온 맨해턴 검찰은 그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포르노 배우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13만달러를 지급한 의혹에 초점을 맞춰왔다.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의 이 배우가 대선 직전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보내 대니얼스에게 침묵을 지키는 대가로 이 돈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을 통해 코언에게 13만 달러를 변제하면서 회사 내부 문건에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해 기업 문서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기소는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은 악재지만, 민주당 소속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의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경우 오히려 공화당 경선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 자신이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데 대해 “정치적 박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것은 정치적 박해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선거 개입”이라며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파괴하기 위한 마녀사냥을 벌여 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완전히 무고한 사람을 노골적인 선거 개입 행위로 기소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자행했다”며 “미국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