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록손 제재도 곧 일반의약품 승인될 가능성도
아편류 마약 해독제로 널리 쓰이는 '나르칸'(성분명 '날록손')이 미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 편의점이나 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마약중독 응급치료가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AP·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9일 비강 스프레이형 나르칸에 대해 이런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나르칸의 유효성분인 날록손은 헤로인, 펜타닐, 옥시코돈 등 아편류 마약의 과용에 따른 급성중독을 치료하는 응급 목적 약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물질이다. 미국에서 이런 약물이 의사 처방 없이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의 범주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나르칸은 날록손 약물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미국 메릴랜드주에 본사를 둔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의 제품이다.
이 회사는 FDA의 승인 결정에 따라 올해 늦여름부터 나르칸 비강 스프레이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FDA 결정에 나르칸 외의 브랜드나 주사 형태의 날록손 제제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머지 않아 이런 제품들도 일반의약품으로 승인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AP는 전망했다.
다만 날록손은 이번 결정 전부터 미국의 모든 주가 의사 처방이 없이도 약국 판매는 가능하도록 허용해 놓은 상태였다. FDA가 연방 차원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이 늦었을 뿐, 이를 갖다 둔 약국에서는 이미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나르칸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나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현재 나르칸의 가격은 2회 투여분에 50달러(6만5천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펜타닐 등 과용의 응급처치에는 대개 여러 차례의 날록손 투여가 필요하다.
FDA의 로버트 캘리프 국장은 이머전트 측에 나르칸을 '알맞은 가격'에 공급토록 성명에서 촉구했다.
AP통신은 날록손을 보다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국 전역에 걸친 아편류 마약 과용 위기에 대처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마약 과용과 연관된 사망 건수는 연간 10만건이 넘는다. 이 중 과반은 아편류 마약과 관련된 것이다. 아편류 마약을 과용하면 심박수 증가, 구토, 초조감 등 증상이 나타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과 응급구조대에는 마약중독자에게 응급약품으로 쓰도록 이미 날록손이 보급되고 있다.
이번 FDA 결정은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가족·친척 등도 날록손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