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국 대선 때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한 공작이 대선 경쟁자인 로널드 레이건 측에 의해 시도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카터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의 해결이 선거 이후로 늦춰질 수 있도록 중동 국가들과 접촉해 방해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텍사스주 부지사를 지낸 벤 반스(84)가 대선을 앞둔 1980년 여름 존 코널리 2세의 요청을 받아 중동 국가들을 함께 순방한 사실을 털어놨다면서 18일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반스는 텍사스 주지사와 재무부 장관 등을 지낸 코널리 2세와 함께 7∼8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 이스라엘 등을 돌았다.
반스에 따르면 코널리 2세는 당시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등 중동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레이건이 승리하면 더 유리한 협상이 있을 것이니 선거 전에는 인질을 석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코널리 2세는 이어 9월 초께 당시 레이건 측 선거대책본부를 이끌던 윌리엄 케이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만나 순방 성과를 보고했으며, "케이시는 그들이 인질을 계속 붙잡아둘지를 궁금해했다"고 반스는 회고했다.
반스는 코널리 2세가 이런 일을 한 동기로 "국무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을 희망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기로 하는 등 인생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아 역사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증언에 나선 동기를 설명했다.
NYT는 반스가 이야기를 만들어낼 이유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다만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코널리 2세의 순방이 케이시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방해 공작이 실제로 효과를 본 것인지 등은 반스의 증언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코널리 2세나 케이시는 이미 오래 전에 숨졌다.
어쨌든 이란은 인질들을 444일간이나 붙잡아뒀다가 카터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고 이임한 1981년 1월 20일 석방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를 둘러싸고는 각종 음모론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카터 행정부에서 일한 게리 식은 인질 석방을 늦추게 하려고 케이시가 1980년 여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란측과 만나 비밀 협상을 했다는 자료가 있다며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나 당시 의회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