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구인난이 심각한 노동시장 호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항공사들이 조종사 확보를 위해 임금을 앞다퉈 파격적인 수준으로 인상하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델타항공이 지난 1일 파격적인 임금과 복지 혜택을 제시해 조종사들과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아메리칸항공도 이날 델타항공 수준에 맞춰 임금 인상을 한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사내 조종사 1만5천 명을 대표하는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와 협상을 벌여 향후 4년간 급여를 34% 인상하고, 건강보험료 인하, 휴일수당·휴가·퇴직연금 401(k) 회사부담금·근무규칙 개선을 약속했다.
경쟁사인 아메리칸항공도 이날 델타항공 수준에 맞춰 조종사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평균 급여 21% 인상을 시작으로 4년 뒤에는 총 급여를 40% 올려주기로 했다.
로버트 아이섬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같은 계약은 우리 조종사들에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양사는 임금 인상 등으로 각각 7억 달러가 넘는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항공사 경영진은 이 같은 조종사 임금인상 경쟁이 고정비용을 늘리고 부채에 시달리는 회사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데 장애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델타항공은 조종사와의 협약으로 운영비용이 증가함으로써 1분기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조종사 임금인상은 항공사들이 최근 여행수요에 맞춰 조종사 충원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로이터는 분석했다.
델타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등 미국 항공사들은 올해 조종사 8천 명을 새로 채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월가 증권사 제프리스는 미국에서 부족한 조종사의 규모가 1만 명에 달하고, 이 같은 수요·공급 불일치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켈로그스쿨)의 벤 프리드릭 교수는 "항공사들이 인재 충원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다른 항공사들도 이들 항공사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조종사들을 붙잡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