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불법입국 4만명, 2년새 2배 이상 급증
미국과 맺은 난민 조약의 빈틈 때문에 캐나다 국경이 불법 이민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지난해 캐나다에 불법으로 입국한 이민자 수는 약 4만 명으로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불법 입국자들은 주로 미국 북동부 뉴욕주에서 국경을 넘어 캐나다 퀘벡을 잇는 ‘록삼 로드’를 사용한다.
국경을 넘어 곧바로 캐나다 당국에 난민 보호를 신청하면 심사가 끝날 때까지 장기간 호텔에 숙박하면서 일도 할 수 있다. 또한 자녀는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다. 난민 신청자 입장에선 캐나다가 미국에 비해 환경이 낫고, 정착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을 거쳐 다시 캐나다 국경을 넘어간다는 설명이다.
NYT에 따르면 2017년 이후 8만1,418명의 외국인이 캐나다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고, 이 중 34%가량이 거부됐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진 비율은 37%이고, 28%는 계류 중이다.
캐나다는 이처럼 외국인이 미국을 거쳐 다시 캐나다로 넘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4년 미국과 ‘제3국 난민 보호 협정’이라는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 국민이 북미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할 경우 먼저 입국한 국가에서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캐나다에 먼저 입국한 난민은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없고, 미국에 먼저 도착한 난민은 캐나다에서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 먼저 도착한 난민 신청 희망자가 캐나다에서 출입국 심사를 받을 경우 입국이 거부되고 미국으로 돌려 보내진다.
그러나 이 조약이 비준된 이후 치명적인 빈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에 먼저 도착한 뒤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외국인에 대해선 캐나다에서 난민 신청을 금지할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당국이 이 조약을 만들 당시 난민이 국제법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는 전제 아래 조문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난민 신청자 때문에 정부의 부담이 늘자 캐나다 야당 중심으로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대 여론이 확산하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향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조약을 변경할 경우 안 그래도 불법 이민자 수용 능력을 초과한 미국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캐나다와 재협상을 할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