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수출 등 해운 화물물량 급감에 컨테너이너 화물선 취소률도 크게 늘어
“예전엔 등록된 트럭 기사들인 1만6,00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3,000명 정도만 일하고 있다.” 중국 선전항의 트럭 기사의 말이다. 그만큼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해운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해외 수출은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감소했다. 3달 연속 하락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으로 운송해야 할 컨테이너 화물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해운업계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세계 해운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입 물량이 크게 줄자 운임 지수가 폭락하고 공급 과잉으로 컨테이너 시장이 포화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황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 물동량 감소로 컨테이너 선박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해운 운임이 급락해 해운업계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4일 기준 전주 대비 27.98포인트 내린 946.68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5,100선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던 SCFI는 27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12월30일 소폭 반등했으나 다시 7주째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중국에서 LA항까지 컨테이너 운임은 이번 주에 들어서 1,238달러로, 1년 전 1만5,600달러에서 10배 넘게 급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LA항에 정박하기 위해 100척이 넘는 컨테이너 선박들이 대기했던 상황은 이제 온데간데 없을 정도다.
이 같은 대반전은 해운 물량의 급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아마존, 타겟, 홈디포 등 대형 판매업체들의 물량 감소가 원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소비 수요가 위축된 탓이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수입 물량은 1월에 비해 12%나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나 크게 줄어들었다.
해운 물량 감소는 주요 해운사의 물동량 감소로 나타났다.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 MSC의 경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해운 물동량은 지난 3개월 동안 3분의 1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해운 물량 감소하자 전 세계 컨테이너 선박의 7%는 아예 운항을 중단하고 항구에 머물러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문제는 해운업계의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대형 소매업체들의 신규 물량 역시 불확실한 상태이고 해운사 사이에 가격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해운 운임의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컨테이너 선박이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MSC의 경우 이미 신규 컨테이너 선박을 130척이나 발주해 앞으로 3년 6개월 내에 인도 받게 된다.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컨테이너 선박이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됨에 따라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해운업계의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