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30대, 경기침체속 취업해 수입 적고 팬데믹에 보육비 지출↑"
"부채 증가세 가장 가팔라…Z세대도 마찬가지, 세대 격차 악화 우려"
미국의 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등 최근 몇 년간의 변화에 다른 세대보다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 큰 빚을 지게 됐다고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마이애미에 살며 10대 딸을 키우는 스테이시 코클린(31) 씨는 코로나19 유행 직전 첫 집을 사려고 했다. 건설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1년에 4만 달러를 버는데 부모님과 2년간 함께 살면서 계약금을 모으고 신용카드 대출금을 갚아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아 두 아이의 보육료로 한 달에 1천200달러를 지출하게 되면서 신용카드 대출금이 다시 늘었다.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이자율까지 오르자 결국 모아둔 계약금을 까먹었고 신용카드 대출과 개인 융자를 합쳐 2만 달러 이상 빚을 지게 됐다.
WSJ은 밀레니얼 세대가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했던 2007∼2009년에 일을 시작했고 이 영향으로 계속 수입에 제약이 생긴 경우가 많았다.
이 세대는 한창 자녀를 낳아 키우며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다른 세대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계획에 없던 보육료나 사교육비로 수천 달러를 썼고, 첫 집을 사려고 노력하던 시기에는 높은 금리와 집값 상승으로 압박을 받았다.
코클린 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샴푸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자라나며 필요해지는 모든 게 다 비싸졌다.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은 밀레니엄 세대를 빚더미로 몰아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조8천억달러(약 5천8조원) 이상으로 2019년 말보다 27%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증가세는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가파르다. 이 연령대의 3년간 부채 누적 속도는 2008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빠르다.
신용정보 업체 밴티지스코어솔루션즈 분석에서도 밀레니얼 세대 대출자의 지난달 평균 신용카드 잔액은 약 6천750달러(약 890만원)로 3년 전보다 26% 증가했다. 그 윗세대인 X세대의 잔액은 거의 변화가 없고 더 나이 많은 세대는 11∼15%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밀레니얼 세대의 개인융자 평균 잔액도 전체 대출자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또 뉴욕 연준에 따르면 젊은 세대 대출자들은 다른 연령대보다 자동차 할부금을 연체하는 비율이 높다.
신용평가업체 트랜스유니언은 밀레니얼 세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더 많이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고령자의 카드 연체 비율은 감소했다.
WSJ은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증가가 세대 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세대는 또한 경제위기 등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 경제 상황이 좋을 때도 재정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끼며, 창업이나 투자 등 소득을 더 늘릴 기회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실비오 타바레스 밴티지스코어솔루션즈 CEO는 "젊고 덜 풍족한 대출자들의 경우 생활비 증가와 물가 상승을 소득이 못 따라가면서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신용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더 나이가 많고 풍족한 대출자들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섵트에서 젊은 소비자층을 담당하는 금융서비스 분석가 샬럿 프린시파토는 "밀레니얼 세대 입장에서는 모든 방향에서 두들겨 맞는 격이다. 그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서 "Z세대도 밀레니얼 세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