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차 가격 급등…오토론 이자율도 치솟아
자동차 융자(오토론)나 할부금융 등을 통해 새 차를 구입해 매달 납부해야 하는 할부금이 월 800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물량 조절과 가격 인상 정책과 함께 금리 인상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신차 가격이 급등한 데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대출금리도 치솟은 탓이다.
한때 중산층의 경제적 풍요함의 아이콘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대명사였던 신차 구입이 이제는 높은 가격에 부유층의 상징물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동차 전문평가 기관인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신차에 대한 월 페이먼트 평균 액수는 77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말 평균 400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신차 할부금은 미국 가계의 세후 수입 중간값 대비 6분의 1수준에 근접한 수준이다.
최근 10년 동안 신차 할부금은 월 평균 400달러선을 유지해왔지만 지난 2~3년 동안 급격하게 상승했다. JP모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신차 가격이 최근 들어 조정 국면이 있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30%나 올라 5만 달러 선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 신차를 사는 것이 점차 부담이 되어 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신차 할부금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데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를 비롯해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급망과 부품 부족을 이유로 재고를 최소화하는 재고 관리에 들어가면서 소위 밀어내기용 가격 할인을 없애고 신차 가격을 인상해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라 차량 융자 이자율도 2배 가까이 오르는 등 금융 비용이 상승한 것도 신차 월 페이먼트 액수가 크게 올라간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높은 신차 가격 덕분에 자동차제조업체들은 판매량 감소에도 이익을 창출했다. 지난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300만대로 전년 대비 8%나 감소해 10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에 반해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전년에 비해 수익이 4.4%나 늘었다. GM 역시 지난해 조정 매출이 2억달러 늘어난 145억 달러를 기록했다.
신차 재고 관리와 높은 가격 정책에 따라 자동차 판매 시장 주요 구매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높은 가격으로 중산층 보다는 고소득층의 자동차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소득 1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이 신차 구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016년 22%에서 지난해 30%로 늘었다.
중고차 가격의 오름세도 마찬가지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중고차 구입에 따른 월 할부금은 평균 544달러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만하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