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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임윤찬이 온다 두다멜은 가고

지역뉴스 | | 2023-02-15 14:41:59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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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LA미주본사 논설실장)

지난주 화요일 아침, LA필하모닉이 발표한 2023 할리웃보울 스케줄에서 임윤찬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모른다. 잔뜩 흥분하여 이 낭보를 주위 친지들에게 이메일과 카톡으로 열심히 전하고 있던 차, 바로 이어 구스타보 두다멜 LA필 음악감독이 2026년 뉴욕필로 떠난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둘 다 음악계를 뒤흔들 만큼 큰 뉴스였고, 두 사람 모두의 ‘찐팬’으로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건 임윤찬이 드디어 LA에 온다는 사실이다. 두다멜이 가는 건 2년반 후의 일이고, 언제 가도 갈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윤찬은 요즘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연주자다. 한국인들만 열광하는 게 아니라, 음악애호가들만이 아니라, 클래식 문외한조차 그의 연주 영상을 한번이라도 보고나면 모두 이 젊은이의 연주에 빠져들어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일종의 ‘신드롬’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밴 클라이번 결선곡인 라흐마니노프 3번의 동영상은 현재 985만 뷰를 넘어서 곧 1,000만 뷰 달성을 앞두고 있다. 10대 소년의 클래식 연주로서는 아마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 될 것이다. (윤찬 군은 아직도 18세, 오는 3월20일에야 19세가 된다.)

임윤찬은 최근 유럽 여러 곳에서 잇달아 리사이틀을 가졌는데 그 중 런던의 위그모어 홀에서의 데뷔가 회자되고 있다. 위그모어 홀은 떠오르는 신예들이 반드시 거쳐야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관문과도 같은 곳으로, 유럽의 내노라하는 비평가들이 이곳 무대에 선 연주자를 현미경 같은 잣대로 분석하고 평가하여 그의 미래를 결정한다.  

1월18일 임윤찬의 위그모어 홀 데뷔는 대성공이었다. ‘코리안 애송이를 제대로 손봐주겠다’는 태도로 모여든 더 타임스, 가디언, 이브닝 스탠다드 등의 평론가들은 “마법에 걸린 듯한” 2시간의 공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고 임윤찬이 “진짜”(real deal)라는 데 다들 동의했다. 

이들은 임윤찬이 콩쿠르에서처럼 리스트 초절기교연습곡이나 라흐 3번과 같은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면 난도질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임윤찬은 완전히 다른 레퍼토리로 비평가들을 매혹시켰다. 영국의 르네상스 작곡가 존 다울랜드의 ‘라크리메’, 바흐의 ‘신포니아’, 베토벤의 ‘바가텔’과 ‘에로이카 변주곡’ 등 보통 피아니스트들이 데뷔 프로그램으로는 절대 선택하지 않는 ‘얌전한’ 곡들이었다. 

임윤찬은 냉정하고 진지하게 한곡한곡 성찰하듯 연주했다.(유튜브에 있음) 오래전 위그모어 홀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그가, 이 무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고 있는 그가, 기라성 같은 비평가들 앞에서 조금의 흔들림 없이 음악 속으로 정진해나가는 모습은 이 작은 거인의 무한한 재능과 예술성, 차원이 다른 음악세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임윤찬은 오는 8월1일 할리웃보울에서 성시연 지휘로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한다. 무엇보다 보울이라는 공연장이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그의 연주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을 헤아리면 웬만한 콘서트홀은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텐데 1만8,000석이나 되는 야외음악당에 초대했으니 윤찬 군도 팬들도 마음껏 즐기는 선물 같은 남가주 데뷔 공연이 될 것이다. 5월2일 판매가 시작되는 싱글 티켓 구입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한편 구스타보 두다멜은 2026년이 되면 LA필에서 무려 17년을 보낸 셈이 된다. 2009년 할리웃보울과 월트 디즈니 홀에서 취임 콘서트를 가진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때만 해도 베네주엘라에서 온 영어도 잘 못하는 26세 신출내기가 장차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성장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불어넣는 열정과 활기, 그가 시도하는 신선하고 특별한 프로젝트들로 LA는 풍요로운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특히 ‘엘 시스테마’와 같은 음악교육단체 욜라(YOLA)를 설립함으로써 수많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삶을 바꾸어놓은 것은 그가 남긴 가장 큰 업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은 2017년 데보라 보다 LA필 회장이 뉴욕 필의 회장으로 떠날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예견했었다. 보다 회장이 누군가. 2000년 부임 당시 디즈니홀의 건축은 멈춰있었고, 극심한 재정난으로 곤경에 처해있던 LA필을 순식간에 정상으로 올려놓은 사람이다. 2003년 디즈니홀을 완공했고, 곧이어 할리웃보울을 활성화시킴으로써 흑자경영으로 돌아섰으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예 두다멜을 덜컥 LA필의 음악감독으로 데려왔을 정도로 남다른 혜안을 가진 사람이다. 지금 LA 필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재정이 튼튼하고, 가장 젊은 청중이 많고, 가장 새로운 음악을 많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데, 그 일등공신이 보다와 두다멜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 7일 두다멜이 떠난다는 뉴스를 발표했을 때 LA필은 초상집 분위기였고, 뉴욕필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뉴욕필은 현 음악감독인 얍 반 츠베덴이 2023-24 시즌을 마지막으로 떠난다고(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발표한 2021년 가을부터 다른 후보를 일체 물색하지 않고 보다 회장이 두다멜을 따라다니며 구애했다고 한다. 두다멜로서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도전의 기회이고, 현재 파리오페라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니 지리적으로 활동이 편리한 이점도 있을 것이다.   

LA필은 언제나 그랬듯 또 좋은 지휘자를 데려올 것이다. 무명이던 변방 출신의 주빈 메타, 에사 페카 살로넨, 그리고 두다멜을 세계적인 지휘자로 조련해낸 오케스트라가 아닌가. 이번에는 여지휘자를 음악감독으로 발탁하는 파격을 보여주면 좋겠다.                 

 

[정숙희의 시선] 임윤찬이 온다 두다멜은 가고
정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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