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25편 제작한 한인 여성 감독
수면장애 앓고 있는 젊은 여성 이야기
위안부를 다룬 ‘침묵을 깨다’(Breaking the Silence) 등 사회성 짙은 25편의 단편영화를 제작 감독하며 명성을 얻은 코리안 아메리칸 정세윤(사진) 감독이 첫 실험 장편영화 ‘닉토포비아’(Nyctophobia)를 선보일 예정이다.
어둠이나 밤에 대한 공포를 뜻하는 ‘Nyctophobia’는 인디페스트 영화상(IndieFest Film Awards)에서 최우수 실험영화상(Best Experimenta Film)을 포함해 여러 상을 수상한 단편 실험영화 ‘Captive’를 기반으로 한 정 감독의 첫 번째 실험 장편영화이다. 정 감독은 ‘2021년 제작한 ‘Captive’를 통해 10여개의 영화제에서 최우수 실험 단편영화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Captive’는 한 여성이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숙고하는 내용을 다뤘다.
유명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테렌스 맬릭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정세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대화가 거의 없고 비선형 형식(non-linear format)을 추구한다. 이런 접근방식이 전세계 젊은이의 10%가 고통받고 있는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리즈의 이야기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여배우 올리비아 클래리 나이스가 주인공 리즈 휘트먼 역을, 소피아 비스코티가 어린 리즈 역을, 그리고 소울로 스미스가 경찰 역을 맡았다.
‘Nyctophobia’는 뉴욕 아트 인스티튜트 그랜트를 받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엄격한 제한이 있었던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 말 사이에 촬영했다. 이후 편집 등의 후반 작업을 거쳐 올해 4월 말까지 완료된 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정 감독은 지난해부터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겨 장편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다. 사립학교 그레이터 애틀랜타 크리스천 스쿨 출신으로 유펜 국제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정치학과 미디어 저널리즘,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한 정 감독은 여성문제, 인종차별, 이민자의 삶 등 사회적 이슈를 모티브로 영화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영화 제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정 감독은 그 동안 ‘브로큰 뱃지, 마이클 하우스먼, 킬로 투 브라보, 그로윙 업 스미스, 여름의 마지막 날, 침묵을 깨다, 캡티브’ 등을 제작해 많은 영화제에서 수십 차례 수상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에 진출해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사회적응 문제를 다룬 장편영화 ‘타투스’(Tattus)를 준비하고 있다.
정 감독은 자신의 영화 작업을 “소외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대표성을 회복시키고 목소리를 찾게 해주는 작업’이라며 “한국과 아시안에 관한 작품을 더 만들고, 특히 아시안 배우들을 많이 캐스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