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1분기 실적 전망…지난달보다 10%이상 낮춰
상장 한인 은행들에 대한 월가의 순익 전망치가 최근 급격하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로 인한 올해 한인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한인 은행들은 이에 대비한 ‘비상 경영’ 필요성이 커지면서 실적 방어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9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최대 한인 은행인 뱅크오브호프의 1분기 월가 순이익 전망치는 이날 기준 주당순이익(EPS) 0.3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전망치 0.43달러 대비 11.6% 하락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0.3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 순이익 0.5달러 대비 30%나 낮다.
월가 분석에 따른다면 뱅크오브호프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부진한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물론 뱅크오브호프가 증권가의 우려를 깨고 호실적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은 다른 한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한미은행의 경우 이날 기준 1분기 순익 전망치는 0.78달러로 한 달 전(0.79달러) 대비 소폭 내려갔다. 반면 PCB뱅크는 이 기간 0.65달러에서 0.55달러로 내려가 15.4%가 떨어져 하락폭이 높은 편이다.
오픈뱅크의 경우 1분기 순익 월가 전망치가 이날 기준 0.46달러로 한 달 전(0.52달러) 대비 11.5% 낮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한인 은행들의 부진한 실적을 예상하는 증권가의 비관적 전망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경기 둔화로 인한 금융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침체 우려가 한인 은행들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고금리 덕분에 은행들은 높은 이자 수익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대출 부실 리스크를 함께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1분기부터 금융업계 실적도 주류 기업들과 함께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주류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에도 월가 실적 전망치는 이날 기준 0.84달러로 한 달 전(0.87달러) 대비 하향 조정 됐다.
이에 따라 한인 은행들은 올해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에 대비해 ‘비상 경영’ 필요성이 더 커지는 상황을 인식하고 대비에 나서고 있다. 케빈 김 뱅크오브호프 행장이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경기 둔화를 대비 중이라고 역설한 것이 좋은 예다.
케빈 김 행장은 “우리는 2023년 더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경기가 하락하더라도 수익성 있는 성장을 창출해 은행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뱅크오브호프의 4분기 부실 자산은 직전분기 대비 28% 낮아졌는데 이와 같은 리스크 관리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홍 CBB은행 행장도 “2023년에는 경기 침체와 금융권 부실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불확실성에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제 은행 경영에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에 더욱 중점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