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제7회 애틀랜타 신인문학상] 수필 최우수상 - 할아버지의 십 달러

지역뉴스 | | 2023-01-13 17:45:28

제7회 애틀랜타 신인문학상, 문학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박수정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외할아버지는 그 옛날 소학교 한번 다녀보지 못한 농사꾼 이셨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근 반세기 전 할아버지는 등에 지게를 지고 산에서 나무도 해오시고 대문 옆 한쪽에서 작두로 짚을 자르며 소가 먹을 여물도 마련하셨습니다. 제가 여섯 살 무렵에는 직접 화투를 가르쳐주셨고 제가 심심하다고 칭얼대는 날에는 화투놀이의 상대가 되어주셨습니다. 또 할아버지는 농한기에도 사랑방에 앉아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두 손이 쉴 새 없이 새끼를 꼬아대셨습니다. 근면한 성품 덕에 머슴들까지 두고 사셨던 할아버지는 땅을 늘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지 돈을 쓰는 일엔 인색하셔서 밖에서 밥때가 지나도록 끼니 한번 사드시고 들어오는 일이 없으셨습니다. 게다가 글공부에 목이 마르셨던 할아버지는 하루 한 장씩 뜯어서 보는 얇은 달력종이를 모아두셨다가 종이의 여백에 끊임없이 한글을 연습해가며 배우기를 쉬지 않는 만학도이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두 해쯤 되었을 무렵, 할아버지는 이천 고향을 뒤로 한 채 서울로 이사하셔서 어린이대공원 가까운 곳에 이층 양옥집을 짓고 사셨습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고향 땅에서 드리시던 제사를 이어가셨습니다. 제사 다음 날 아침이면 할아버지는 제상에 올렸던 알록달록한 사탕과 약과를 제게 아낌없이 내어주시고 또 제사 지내는 일에 반대하는 목사님의 심방 설교에 마땅찮은 듯 굽히지 않는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일찌감치 2대독자인 귀한 아들을 먼 미국 땅에 떠나보낸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당신의 아들을 그리워하시다, 9․11이 터지던 2001년에 아들네를 방문하게 되셨습니다. 그보다 여러 달 전 한국을 떠나온 저도 미국에 오신 할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만나러 그 집에 며칠 묵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집밖을 나서면 여기저기 다닐 때가 많았던 할아버지는 미국의 삼촌 댁에선 달리 할 게 없으셨나 봅니다. 하루는 삼촌 집의 창문이 몇 개인지 아느냐고 물으시며 당신이 직접 세어보았노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끼니때마다 드셨던 국을 찾지도 않으셨고 대신 베이글 샌드위치를 군말 없이 씹어 삼키셨습니다. 제가 돌아갈 날이 되어 짐 가방을 들고 나서던 어둑한 새벽에 할아버지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지폐 한 장을 제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조심히 가라는 나직한 말씀과 함께 말이죠. 공항에 도착해서 이른 아침 문을 연 맥도날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사고 싶은 맘에 잔돈을 꺼내보려다 할아버지가 주신 돈이 생각났습니다. 꺼내어보니 십 불 한 장. 커피 한 잔 값을 지불하기에 적당한 금액이었습니다. 

 1

 그런데 그 후 엄마와 통화하면서 제가 떠나던 그날 새벽에 할아버지는 십 불짜리 지폐를 백 불짜리 지폐인 줄 알고 제게 주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미국 돈에 서투른 할아버지는 잠이 덜 깨셨을 법한 어두컴컴한 새벽에 달러 지폐 두 장을 혼동하시고 내내 속상해하셨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엄마와 통화할 때마다 그날 공항에서 그 십 불을 얼마나 요긴하게 잘 썼는지 모른다고 꼭 할아버지께 전해달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 치매를 앓던 할아버지는 제가 뵈러 갔는데도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셨고 할머니의 뒤를 이어 같은 해에 눈을 감으셨습니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어렵지 않게 구한 덕에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울긋불긋한 종이에 칭칭 싸인 할아버지가 굵은 줄에 매달린 채 깊은 땅속으로 향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뵈면서 내 안에 울려 퍼지는 그 한 마디, “할아버지, 저 진짜 그 십 불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뜨거운 눈물이 양쪽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박수정
박수정

약력

1992 년 연세대학교 아동학과 (학사)

1999 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2002 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이주

2011 년 알라바마주 이주

2017 년 학교 상담학 (석사)

2018 년 Pre-K 주교사

2022 년 공립학교 시간제 교사

 

 

당선소감

 우선 제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고 귀한 상까지 더해주신 애틀랜타 문학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글을 제출하느라 원고를 보내고도 아쉬운 표현들, 문구들이 떠올랐지만 글을 쓰면서 채워지지 않는 이 목마름은 쓰면 쓸수록 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제게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나를 돌아보는 거울을 가져다 대고 그 위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이미지들을 거짓 없이 형상화 시켜야 하는 일이기에 먼저 제 자신 앞에 솔직해져야 하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글 쓰는 일에 현학적인 태도를 버리라는 어느 작가분의 당부 어린 말씀이 늘 채찍으로 따라 다니기에 한 글자 한 글자 두려운 마음으로

담아내야 했습니다. 이 엄숙한 두 가지 명제 앞에서도 더 이상은 감출 수 없는 제 안의 오랜 이야기를 토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손잡아 주신 애틀랜타 문학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도 목청이 크셨지만 조금만 칭찬할 일에도 배시시 웃음을 흘리셨던 그리운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이 소식을 듣고 살포시 미소 지을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바디프랜드, 창립 19주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 진행
바디프랜드, 창립 19주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 진행

“홈 헬스케어 기술 고도화 지속”   글로벌 헬스케어 로봇 기업 바디프랜드가 창립 19주년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바디프랜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19년

법륜 스님, 정토불교대학 3월 학기 신입생 모집
법륜 스님, 정토불교대학 3월 학기 신입생 모집

3월 16일 신청 마감 불교수행공동체 ‘정토회’는 즉문즉설로 유명한, ‘정토회’의 지도법사 법륜스님을 모시고, 정토불교대학 2026년 3월 학기를 개강한다.‘정토 불교대학’은 인생

화요일 새벽 애틀랜타 개기월식 '블러드 문' 현상
화요일 새벽 애틀랜타 개기월식 '블러드 문' 현상

화 오전 6시-7시 사이 달이 붉게돼 오는 화요일 3월 3일 새벽, 조지아 북부 하늘에서 달이 붉게 변하는 '블러드 문(Blood Moon)' 현상이 펼쳐질 예정이어서 애틀랜타 주

기름 바닥나 멈춰선 차량에 귀넷 셰리프 온정
기름 바닥나 멈춰선 차량에 귀넷 셰리프 온정

라라모어 셰리프 250달러 송금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는 법" 조지아주 로렌스빌에서 발생한 일상적인 교통 단속 현장이 따뜻한 온정의 장으로 변해 지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귀

학생 도시락에 알코올 11도 음료수가
학생 도시락에 알코올 11도 음료수가

사우스 풀턴 경찰국 권고문 게시 조지아주 사우스 풀턴 경찰국이 이번 주 학부모들에게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경고를 날렸다. 자녀의 도시락 가방을 다시 한번 확인해 점심시간에

운전 중 휴대전화 보던 드라이버의 최후는
운전 중 휴대전화 보던 드라이버의 최후는

조지아주 캐롤턴 경찰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18륜 대형 트럭 추돌 사고 사례를 공개하며 핸즈프리 법 준수를 강력히 당부했다. 사고 운전자는 충돌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했음을 시인했으며, 차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었음에도 기적적으로 큰 부상을 면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부주의한 운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법 집행의 목적이 시민 안전에 있음을 강조했다.

박사라 시의원, 지방정부 전문 교육과정 참석
박사라 시의원, 지방정부 전문 교육과정 참석

GMA 과정, 시정 전문성 강화 차원주의회 방문 지역 의견 전달 예정 둘루스시 박사라(사진) 시의원이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UGA에서 조지아 지방정부 협의체(GMA) 주최 ‘

8세 아동이 장전된 총 들고 등교
8세 아동이 장전된 총 들고 등교

홀카운티 초등학교 2학년생수사당국 “위해 의도 없어” 초등학교 2학년생이 학교에 탄약이 장전된 총기를 들고 왔다가 적발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홀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사건은

결석 잦으면 운전면허 정지에 체육활동 금지
결석 잦으면 운전면허 정지에 체육활동 금지

주상원,상습 결석에 초강수 관련법안 압도적 표차 가결 주의회가 학생들의 상습적인 결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주 상원은 26일 결석이 잦은 학생에게 운전면허 정

SBA(연방중소기업청) ‘시민권자만 대출’ 강행… 자영업 이민자들 ‘타격’
SBA(연방중소기업청) ‘시민권자만 대출’ 강행… 자영업 이민자들 ‘타격’

예정대로 3월1일부터 시행영주권·합법이민자들 배제 100% 미국 국적자만 자격 한인 은행권·업체들 영향 연방 중소기업청 로고. [로이터] 연방 중소기업청(SBA)이 오는 3월 1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