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약은 한 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 때문에 약 복용을 꺼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약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치료 목표는 혈압을 조절해 혈압 상승에 의한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고혈압 약 복용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인해 치료를 미루는 환자가 많다. 당장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도 약을 한 번 복용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혈압을 진단하고 치료 여부를 정하는 데 있어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아지는 ‘백의(白衣) 고혈압’이나 혈압이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는 ‘가성(假性) 고혈압’ 여부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혈압이 높게 측정되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고, 고혈압으로 진단되었다면 증상이 없다고 간과하기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른 위험 인자가 없는 1기 고혈압(수축기(최고) 혈압 140~150㎜Hg, 이완기(최저) 혈압 90~99㎜Hg)이라면 곧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생활 습관 조절 등을 먼저 시행한다.
하지만 대부분 비약물 치료만으로는 혈압 조절이 어려울 때가 많아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고혈압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고혈압이 심혈관 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로 작용하고, 혈압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김병규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재발 위험도가 높고 되돌이키기 어려우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젊을 때부터 고혈압 등의 위험 요소 조절하는 것이 고령기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고혈압 약을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 아주 심한 비만이 고혈압 원인이라면 생활 습관 조절과 체중 감량을 성공적으로 해 혈압이 떨어지면 고혈압 약을 끊을 수도 있다.
고혈압 약을 먹던 사람이 위암이나 장 수술 등 큰 수술을 받은 후 식사량이나 체중이 감소하면서 혈압이 떨어질 때도 있는데 이때도 약을 줄이거나 끊어야 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