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오토랜드 조지아’ 현장 취재
스포티지 신규 생산 개시… 미국시장 경쟁력↑
플래그십 차량 텔루라이드·K5·쏘렌토까지 생산
애틀랜타 공항부터 프리웨이까지 기아차가‘점령’
총 1만7,000명 고용 효과… 지역경제 부양‘선물’
직원들“가족·친구들까지 모두가 기아 사랑해”
“주님, 기아를 우리 마을에 유치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Thank you Jesus for Bringing KIA to our town!)
지난 2009년 조지아주 남부 소도시 웨스트포인트의 한 주택 앞에 게시됐던 문구다. 인근 기아 오토랜드 조지아(기아 조지아주 생산공장)가 착공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자 환호를 보낸 것이다. 13년이 흐르고 최근 기아에 힘입어 현대자동차까지 전기차 공장 설립을 확정해 도시의 기쁨은 더 커졌다. 조지아의 중심에서 지역 경제의 버팀목으로 주민들의 자랑이 된 기아 조지아 생산공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달 29일 비행기가 내린 조지아주의 관문 애틀랜타 국제공항. 오가는 승객들로 북적이는 현장에서 기아 자동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해 리브랜딩한 거대한 ‘기아’(KIA) 로고 아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가 이용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공항 한가운데 전시돼 있었던 것이다.
공항 건물을 빠져나간 후에도 많은 기아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물론 미국 판매량 1위인 도요타도 조지아주에서는 힘을 못쓴다는 기아 관계자의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전량 미국에서 생산돼 판매되는 텔루라이드를 타고 조지아 공장 인근을 달릴 때에는 여기가 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본격적으로 공장을 찾은 30일에는 기아 오토랜드 조지아 노동자들의 열기가 한여름인 바깥의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거대한 용접용 로봇들이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연속해서 불꽃을 튀기며 자동차의 뼈대인 강판을 이어붙였고 반대쪽에서는 노동자들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제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특히 사람의 수작업이 필수인 의장 부품 라인에서는 여러명의 노동자들이 한 조가 돼 분주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잠시 취재진을 향해 미소와 인사를 건네는 등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밝았다.
작업장에서 주목을 받은 차량은 스포티지였다. 지난해까지 전량 한국에서 수출됐지만 신형 모델부터 지난 2월 조지아 공장에서 제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7월까지 6만4,341대가 팔리면서 기아의 미국 시장 최고 인기 모델이 됐다.
스포티지와 함께 높은 판매량(5만5,211대)을 기록한 플래그십 SUV 텔루라이드도 옆에서 노동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9년 현지 전략 모델로 생산돼 미국에서 기아의 존재감을 바꾼 차량으로 평가 받는데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지금도 소비자들이 딜러에게 웃돈을 줘야 살수 있는 모델로 꼽힌다. 기아 조지아 공장은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외에 옵티마(K5), 쏘렌토 등 총 4종의 차량을 생산 중이다.
생산 차량을 늘린 기아 조지아 오토랜드의 성과가 브랜드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올해 상반기 기아를 포함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총 약 329만 9,000대를 판매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 3위에 올랐다.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경쟁 기업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차량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량 감소 영향을 최소화한 결과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 감소세가 12.7%로 도요타(-19.1%), 혼다(-39.3%), 닛산·미쓰비시(-32.1%), GM(-17.8%) 등 보다 크게 선전했다. 이 결과 현대차와 기아의 상반기 미국 실적 순이익은 약 18억6,671만달러(2조5,126억원)로 벌써 지난해 전체 순익을 넘어섰다.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에 현지 노동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도장라인 팀으로 일하는 맷 콜더는 “10년이 넘는 시간 이곳에서 일한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며 “가족들은 물론 지역에 사는 친구들도 기아를 절대적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목화 농업 지역으로 관련 사업장이 1980년대부터 해외로 나가면서 쇠락하던 조지아주 경제를 2000년대 말 기아가 들어오면서 소생시켰다는 것이다.
직접 채용 직원만 3,000명에 달하는 기아 오토랜드 조지아의 전체 고용 효과는 약 1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장이 위치한 트루프 카운티의 인구가 약 7만 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기아가 사실상 지역 경제를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직원들의 임금도 초임이 시급 기준 생산직 17.25달러, 관리직 24.20달러로 조지아주 최저 임금(7.25달러)의 최고 3배 이상에 달해 입사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기아 오토랜드 조지아에 남은 숙제가 있다면 미래에 대비한 전기차 공장으로의 전환이다. 지금은 미국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중심인 만큼 당장 라인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전략은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릭 더글라스 기아 조지아 공장 이사는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은 5%에 불과해 일단은 내연기관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바뀐다면 당연히 우리도 변화를 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돼 현대차·기아의 주력 전기차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회사 고위 임원들이 미국 정치인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운 기자>